자신의 의회 사무실 보좌관을 재선 캠프에서 일하도록 종용했다가 하원 윤리위의 징계결정을 받은 로라 리처드슨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미국 하원 윤리위원회는 자신의 의회 사무실에서 일하는 보좌관과 직원을 선거 캠프에서 일하도록 종용한 혐의로 로라 리처드슨(민주·캘리포니아) 의원에게 1만 달러(약 1131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1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 하원은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윤리위 결정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다. 하원 윤리위는 초당적인 기구이기 때문에 리처드슨 의원에 대한 징계가 본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가 지적한 리처드슨 의원의 불법 행위는 ‘하원 소속의 자원(직원)을 선거캠페인이라는 사적인 용도에 비공식적인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것. 윤리위가 이날 공개한 21쪽짜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리처드슨 의원은 2009년 총선을 앞두고 평일 일과 후와 의회 일정이 없는 주말에 자신의 의원회관에 근무하는 보좌관과 직원들에게 선거 캠프에서 일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의회 업무와 선거 캠프 지원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 선거 유세는 의회의 공식 업무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선거운동에 의회 보좌관과 직원을 동원하는 것은 연방법과 의회 법규 위반에 해당한다.
리처드슨 의원은 또 하원 조사가 시작되자 직원들의 입을 막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처드슨 의원은 특히 의회 소속 직원을 상대 후보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정보를 수집해 올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4인으로 구성된 하원 윤리위 산하 조사소위는 2010년 10월부터 18개월 동안 조사를 해 리처드슨 의원의 불법 행위를 밝혀냈다. 리처드슨 의원은 윤리위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의회 직원들에게 선거 캠프에서 일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처드슨 의원의 수석보좌관인 셜리 쿡과 지역구 사무소 국장인 데이샤 오스틴은 의원회관 직원들에게 “선거 캠프에서 일하지 않으면 직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한 사실도 밝혀졌다. 하원 윤리위는 이 두 사람에게도 경고 서한을 보냈다.
이번 하원 윤리위의 조사 결과는 그의 4선 가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2007년 민주당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으로 선출돼 3선인 리처드슨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가 재조정되면서 같은 민주당 소속의 제니스 한 의원과 경쟁해야 해 올해 11월 선거에서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리처드슨 의원은 윤리위 조사에서 “직원들을 선거 캠프에서 일하도록 종용한 사실이 없으며 조사를 방해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날 윤리위 결정이 내려지자 그의 사무실은 “리처드슨 의원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수개월이 걸리는 청문회는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국회의원이 별도의 보상 없이 보좌관과 비서관, 비서 등을 선거사무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현역 의원에 대한 일종의 특혜인 셈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의원들이 선거때 공짜 선거운동원으로 써먹기 위해 4년 동안 보좌관과 비서관을 키운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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