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드수수료 분쟁, 가맹점만 웃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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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미’ 카드사에 72억달러 받고 소비자엔 수수료만큼 추가 부과

미국 대형 유통업체 등 카드 가맹점들이 신용카드사와 은행의 카드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며 낸 소송에서 7년 만에 완승했다. 금융회사들은 소송 합의금 등으로 72억 달러(약 8조3000억 원)를 가맹점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 독점 금지 소송 역사상 최대 금액이다.

1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사와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의 은행들은 불공정한 카드 수수료 책정에 대해 소송을 냈던 대형 유통업체와 가맹점 연합체 측에 60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비자가 가장 많은 44억 달러를 부담하고 마스터카드는 7억9000만 달러, 나머지는 은행들이 분담한다.

금융회사들은 또 앞으로 새로운 수수료율을 협상하는 8개월 동안 가맹점 수수료율을 일정 부분 낮춰 합의금과 별도로 12억 달러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변호사들은 “이번 소송을 심리해온 뉴욕 브루클린 지방법원이 카드사와 은행 측의 합의금을 승인하면 반독점금지 소송과 관련해 가장 큰 규모가 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7년 전인 2005년 대형 유통업체인 크루거 세이프웨이 월그린 등이 카드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통업체들은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카드업계가 결제 가격의 평균 2%를 수수료로 챙기는 것은 부당하며 카드사업 부문을 보유한 은행들이 카드 수수료율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700만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50개가 넘는 관련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대형 집단소송으로 번졌다. 미국소매상연합회(NRF)에 따르면 소매업체들은 매년 300억 달러(약 34조5000억 원)를 수수료로 카드사 등에 지급해왔다. 카드사들은 소매업체들이 카드결제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무시한 채 정당하게 내야 할 몫을 내지 않으려 한다며 반박했지만 결국 백기 투항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미국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와 소매업체들이 신용카드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추가금액을 부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그동안 가맹점들이 카드수수료 지급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카드사용료 등을 부과하는 것을 가맹점 가입약관을 통해 금지해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카드수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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