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미국 vs 중국… 남중국해 난타전 가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3일 03시 00분


힐러리 “강압-위협 없어야”… 런민일보 “충동질하지 말라”

아시아 지역의 세(勢) 확장을 두고 힘겨루기에 나선 미국과 중국이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전략적으로 인접 국가들을 순방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ARF 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이에 중국은 관영 언론매체를 앞세워 ‘클린턴 때리기’로 맞대응했다.

클린턴 장관은 ARF 회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은 강압과 협박 위협 무력사용 없이 외교적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은 당사국이 아니지만 남중국해의 항해 자유와 평화·안보 유지, 국제법 존중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쟁 당사국 간 양자접촉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더 많은 혼란과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해결을 위해 합의한 ‘행동수칙’을 받아들이라고 중국을 압박한 것. 최근 아세안 외교장관회담에서 마련된 행동수칙은 분쟁국 모두가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유엔해양법협약에 근거해 법적구속력을 갖는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며 미국 등 3자 개입을 불허하고 당사국 간 개별교섭으로 분쟁을 해결하자고 주장해왔다.

2010년 ARF 회의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처음 공식 거론한 뒤 1년여 동안 양국 간 대치가 이어졌던 만큼 클린턴 장관은 이번에 좀더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며 중국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은 클린턴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영유권 분쟁 해결을 위해 미국과 대화를 확대해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9월 행동수칙 협상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ARF 참석에 앞서 몽골 베트남 라오스 등 중국 인접 국가를 잇달아 방문해 경제적 유대강화 조치를 쏟아내며 중국을 견제했다. 중국을 겨냥한 공격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9일 몽골에서 “정치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적 성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중국을 겨냥해 우회적이지만 날선 비판을 날렸다. “어떤 국가는 24시간 내내 국민의 정보접근을 통제하고 정치적 표현을 한 사람을 구금한다”며 중국 인권 문제도 비난했다. 10일 베트남에선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중국을 자극했고 11일엔 국무장관으로서 57년 만에 라오스를 방문해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이에 중국 런민(人民)일보는 12일 ‘워싱턴은 민주주의 설교로 충동질하지 말라’는 사설을 통해 클린턴 장관을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이 민주나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아시아 복귀전략’의 주요 수단일 뿐”이라며 “누가 미국에 아시아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할 자격을 줬느냐”고 비난했다. 신화(新華)통신도 “클린턴의 중국 인접국 순방은 아시아 지역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아시아#미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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