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구렁이가 美대선 승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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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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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잉어-석탄 채굴 등 경합州 지역 이슈 놓고 오바마-롬니 팽팽히 맞서

지난주부터 버락 오바마 캠페인 진영은 “‘버마 비단구렁이’ 때문에 늪지 파괴가 심각하다”는 TV 광고를 미국 플로리다 지역에 내보내고 있다. 그러자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21일 플로리다 방문 연설에서 “버마 비단구렁이 등 4개종 파충류의 사육 및 판매를 금지한 정부 결정이 부당하다”며 “환경 파괴 주장이 과장됐다”고 맞섰다.

미 대선후보들이 ‘뜬금없이’ 버마 비단구렁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플로리다 표심을 결정할 구체적인 현안 이슈이기 때문이다. 1월 어류야생국이 플로리다 늪지에서 새, 너구리, 악어까지 잡아먹는 버마 비단구렁이의 사육 및 판매를 금지하자 지역 파충류 사육업자들이 반발하며 소송까지 내겠다고 나선 것. 비단구렁이는 이달 초 플로리다 여론조사에서 이민, 경제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대선 이슈였다.

이처럼 미국 내에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민정책 같은 거대 이슈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미시적) 이슈’들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유권자가 많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 “뚜렷하게 선호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이런 경향이 커 민주 공화양 진영이 관심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중서부 5대호 연안 스윙스테이트에서는 ‘아시아 잉어’가 문제다. 미시시피 강에서 올라온 초대형 아시아 잉어들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존 고스 전미야생연합 대표를 백악관 환경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전담하는 ‘잉어 차르(carp czar)’로 임명한 데 이어 아시아 잉어 확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포획 도구를 마련하고 5대호 환경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석탄 광산이 많은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동부 스윙스테이트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채굴을 규제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석탄업계가 반발하면서 ‘석탄 채굴’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clean) 석탄’ 정책으로 실업률이 급증했다는 석탄업계 주장이 거세지자이달 초 친환경 석탄 채굴 기술 개발에 3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비단구렁이#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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