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유로화 없던 옛날로” vs 메르켈 “유로존, 앞만 보고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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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참가 유럽정상들 동상이몽
非유럽은 한목소리로 EU 성토

19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세계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통합된 리더십을 보이는 대신 각자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과 비(非)유럽,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비유로존 등으로 패가 갈려 ‘네 탓 공방’만 벌인 글로벌 리더들에게 지구촌은 실망감을 쏟아냈다.

20일 주요 외신과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유럽 국가 리더들은 18일 첫날부터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을 일제히 압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며 “원인의 상당 부분이 유럽에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도 이에 동조하며 앞다퉈 유럽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자 유럽 지도자들이 발끈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민주주의나 경제 문제에 관한 훈계를 들으러 온 게 아니다”라며 “위기의 시발점은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도 “원인이 유럽에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위기는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불균형 문제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선 훨씬 더 노골적인 공방이 오갔다. EU 회원국이면서도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8일 공개 석상에서 “위기 타개를 위해 유로존이 재정과 은행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로존 강국이 더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서 유로존 강국은 유럽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독일을 겨냥한 것으로, 다른 EU 국가들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긴축을 고집하는 독일을 압박하는 것이었다. 캐머런 총리는 이튿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EU 27개국 가운데 유로화 단일통화를 쓰는 나라는 17개국이다. 단일통화를 쓰지 말고 원래대로 돌아가자”고 한발 더 나아갔다.

성장론을 내세우며 독일과 충돌해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EU 27개국과 유로존 17개국이 다른 게 문제”라며 거들었다. 그러면서 “1년 내내 노력했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이러고 있느냐”며 “정치적으로 간단하게 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존은 과거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앞만 보고 간다”고 못 박았다. 또 “유로존은 정치적 평화를 위한 것인데 그게 깨진다면 과거 발칸 반도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이 붕괴되면 1990년대 격렬한 내전사태를 맞았던 발칸 반도처럼 유럽 전체 경제가 사실상 전쟁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최근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남유럽이 북유럽보다 게으르다고 하는데 우리는 오전 7시에 출근한다. 왜 그런 편견을 갖는지 모르겠다”며 유로존 위기의 핵심인 피그스(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를 두둔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유로존#유럽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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