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오면 아랍법” 외국인 의상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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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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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심한 옷 못입게 하자”… UAE-카타르 캠페인 벌여
“당연” “사생활 침해” 논란

아랍에미리트에서 일어난 외국인 옷차림 교화 캠페인 ‘원 오브 어스’에서 지적하는 부적합한 옷차림 사례들. 어깨나 무릎이 드러나거나 그 사이의 살이 노출되는 옷들이다. 사진 출처 알자지라
아랍에미리트에서 일어난 외국인 옷차림 교화 캠페인 ‘원 오브 어스’에서 지적하는 부적합한 옷차림 사례들. 어깨나 무릎이 드러나거나 그 사이의 살이 노출되는 옷들이다. 사진 출처 알자지라
아랍에미리트(UAE) 여성 하난 알라예스 씨와 아스마 알무하이리 씨는 시내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외국인을 보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외국인들이 UAE 문화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불쾌감 때문이다. 무슬림 국가인 UAE에서 여성들은 온몸을 덮는 ‘아바야’라는 긴 검은색 옷을 입는다. 남성들도 발목까지 내려오는 하얀색 전통의상 ‘칸두라’를 입는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지난달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외국인의 옷차림을 규제하자는 ‘UAE 드레스 코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웃국가 카타르에 사는 마드라 알마무드 씨도 같은 취지의 ‘원 오브 어스’ 캠페인을 시작했다. 마무드 씨는 “외국인들이 단지 우리 문화를 잘 몰라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남녀 불문하고 어깨에서 무릎까지를 모두 가리는 옷차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4일 두 캠페인이 국민성과 개인의 자유, 문화와 종교가 얽힌 복잡한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UAE에서는 하마드 알라후미 연방국가의회(FNC) 의원이 캠페인 차원을 넘어 외국인의 옷차림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UAE 일간 더내셔널이 최근 22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8%가 규제 법안 마련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술 더 떠 아예 UAE나 카타르 문화에 적합한 의상만 판매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영역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프랑스의 ‘부르카 금지법’같이 종교적 차별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랑스는 지난해 4월 여성 인권을 내세워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마무드 씨는 “종교나 인종과 상관없이 카타르에 살고 있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문제”라고 반박했다. 카타르에 거주 중인 미국인 여성 세나 매클래치 씨도 “(외국인에게) 하루 5번 기도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단지 무릎과 어깨를 가리라는 것뿐이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라며 마무드 씨의 주장에 동조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아랍#의상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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