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새로운 城 발견 때마다 만리장성 늘이기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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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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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바잉턴 美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실장

“중국은 새로운 성(城)을 발견할 때마다 만리장성 늘이기를 남용(abuse)해 왔다.”

최근 방한한 마크 바잉턴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한국고대사 연구실장(49·사진)은 중국이 만리장성을 옛 고구려와 발해 영역까지 확장해 발표한 데 대해 “중국은 늘 그래왔다”며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주장은 논리가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북미 유일의 고구려사 연구자인 바잉턴 실장은 14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만리장성 늘이기 ‘남용’ 사례로 2009년 중국이 ‘지린(吉林) 성에서 만리장성 유적이 발굴돼 만리장성이 172m 길어졌다’고 발표했던 사실을 들었다. 당시 중국이 발견했다는 둥타이쯔(東臺子) 산성은 길이가 아닌 ‘둘레’가 172m였으며, 새로 발견된 것도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다들 알고 있는 장소였다는 것.

바잉턴 실장은 “2005년 중국이 지린 성에서 새로운 만리장성 유적을 발견했다고 했을 때 중국의 학자들에게 그 실체를 물었으나 중국 학자들도 ‘직접 보지 못했고 소문일 뿐’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언론은 장성 유적지가 발견됐다고 강조하면서도 유적이 발견된 정확한 장소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바잉턴 실장은 “2004년 이후 중국 학계에서 역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서구 학자들은 고구려를 당연히 한국사로 여긴다. 한국어 발음으로 ‘고구려’라고 읽지 아무도 중국식으로 ‘가오거우리’라고 발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 한국이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을 차분히 학술적으로 증명하기를 제안했다. “한국이 ‘고구려사는 한국사’라고 지나치게 주장할 경우 서구 학계에선 이를 민족주의나 정치적 개입으로 받아들여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 중국 학자들과 학술적으로 꾸준히 교류하되 연구결과를 영문으로 번역해 서구에도 알려야 한다.”

1983년 미 공군으로 대구에서 1년간 머물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IBM 엔지니어를 그만둔 뒤 하버드대에서 한국고대사(고구려·부여) 및 고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북미 최초로 하버드대에서 고구려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고, 2006년부터 서구 학계에 한국 고대사 및 고고학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얼리 코리아 프로젝트(Early Korea Project)’를 이끌어왔다. 그는 “2004년 동북공정이 큰 이슈였을 때 인터넷에 고구려에 관한 정보가 넘쳐났지만 90% 정도는 틀린 정보였다”며 한국이 영어권에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리길 촉구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만리장성#마크 바잉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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