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헬기참사 희생자 시신 이르면 오늘 한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족, 부검 반대해 안 하기로
“참사 반드시 책임 규명해야”

페루 헬기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이 14일 낮 12시(현지 시간) 시체안치소가 있던 쿠스코에서 수도 리마로 옮겨졌다. 한국으로는 15일 또는 16일에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시신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쿠스코에서 리마까지는 페루 경찰당국이 제공한 50인승 경찰 수송기를 통해 리마의 한 시체안치소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15일 오후까지 국제 항공 이송을 위한 시신 방부처리와 알루미늄 특수관에 입관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하루 정도 걸릴 것이라고 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주페루 한국대사관과 희생자들이 소속된 해당기업체에서는 전세기로 희생자 시신을 국내로 운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기가 16일 오전까지 리마로 도착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15일 저녁에 일반 민간항공편을 이용해 서울로 이송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쿠스코에서 비상상황실을 총괄하고 있는 임종선 주페루 한국대사관 공사는 “부검 실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당초 외국인의 경우 페루에서 사고사를 당했을 경우 반드시 부검을 하도록 돼 있지만 항공사고의 경우엔 부검이 면제될 수 있다는 조항이 확인돼 부검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페루 경찰당국은 당초 13일 오전부터 시신 부검을 한다는 방침이었고 유가족들은 시신 부검에 강하게 반발했었다.

○ 유족들 “시신 보관시설 열악” 분통

“살아있기만 바랐습니다. 페루에 올 때까지만 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왔는데….”

페루 헬기사고로 숨진 고 김효준 삼성물산 개발사업부장의 이종사촌인 최우석 씨(48)는 형의 죽음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13일 페루 쿠스코 시내에서 기자와 만난 최 씨는 “형수는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머니와 아이들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어제 시신안치소를 찾아가 육안으로 형을 확인했다.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안치소 마당에 관을 늘어놓고 한 사람씩 확인하는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형이 너무 불쌍했다”며 “유족들 중에는 시신을 이런 식으로 보관해도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시신이 보관된 쿠스코의 모르헤(시신안치소)는 냉동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시신들을 알루미늄 판이나 바닥에 놓아 뒀다가 유가족들이 확인하기 직전에야 목관에 입관했다.

최 씨는 “주페루 한국대사관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유가족들은 부검을 반대했다. 항공사고의 경우 부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런 사실도 미처 몰라 오늘에야 부검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왔다. (대사관에서) 뭘 제대로 알고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안 일어나도 되는 참사였다는 생각도 든다. 책임 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쿠스코=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