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8명 탑승 실종헬기 위치 찾았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 페루 기상악화로 수색 난항
남부 눈덮인 고산 밀림지대 GPS 신호로 좌표 확인… 사고 헬기는 37년 된 구형

페루에서 한국인 8명 등 승객 14명을 태우고 비행하다 6일 실종된 헬리콥터의 위치가 페루 공군에 의해 파악됐다. 그러나 헬기를 동원한 해당 지역의 수색작업은 현지 기상 악화로 중단됐다.

주페루 한국대사관의 김완중 공사는 7일 “페루 공군이 실종 헬기에 장착됐을 것으로 보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가 보내는 신호의 좌표를 찾아냈다”며 “위치는 실종 헬기의 출발지인 마수코와 도착지인 쿠스코 사이”라고 밝혔다. 김 공사는 “7일 오전 11시경 신호를 추적하기 시작해 실종된 지 약 23시간 만인 오후 4시경 정확한 좌표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페루 공군이 잡아낸 GPS 신호의 좌표는 ‘와야와야’로 불리는 지역으로 남부 잉카유적지인 쿠스코에서 60km가량 떨어져 있고 고도가 4725m에 달하는 고산 밀림지대다. 현지 경찰은 7일 오후 2시 50분경 헬기를 띄워 이 일대를 수색했지만 실종 추정 지역에 구름이 잔뜩 낀 데다 진눈깨비마저 내려 수색을 시작한 지 몇 시간 만에 헬기를 철수시켰다. 육상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경찰들도 30cm 이상 눈이 쌓여 있어 현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기상이 8일 오전(한국 시간 8일 저녁)부터 좋아져 집중적인 수색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헬기에는 삼성물산 등 한국인 기업체 직원 8명과 외국인 직원 1명, 조종사 등 모두 14명이 탑승했다. 실종 헬기에 탑승한 한국인 8명은 6일 오전 마수코에서 수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를 시찰한 뒤 오후 4시 반경 헬기를 타고 쿠스코로 복귀하던 중 이륙한 지 1시간 만에 관제소와 교신이 끊긴 채 실종됐다.

페루 당국은 실종자들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기체가 추락할 경우 나오는 자동신호 발사가 감지되지 않아 헬리콥터가 비상착륙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종자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도 보인다. 문제는 춥고, 먹을 것도 없는 고산지역에서 실종된 지 이틀이 지난 상태여서 실종자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구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헬기는 14, 1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일명 ‘시코르스키’로 불리는 ‘S-58ET’ 기종으로 1975년에 제작돼 37년이나 운행된 노후 헬기로 확인됐다. 1990년 엔진을 새것으로 교체한 전력이 있지만 그동안 사고 이력은 없다. 실종 헬기를 운용해 온 ‘헬리쿠스코’사는 1990년대 설립된 소규모 헬기 관광업체로 남부 쿠스코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 헬기가 사고가 난 적은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기체 결함보다는 기상악화로 추락 또는 불시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페루 헬기 추락#실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