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또 학살극… 하마서 100명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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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여성-아이까지 무차별 공격, 마을 주민 거의 모두 희생돼”
美-유럽, 알아사드 권력이양 논의

최소 108명의 희생자를 낸 훌라 대학살이 일어난 지 12일 만에 시리아에서 또다시 참극이 빚어졌다. 시리아 서부 하마에서 6일 최소 55명에서 최대 100명이 살해됐으며 이 중에는 어린이와 여성도 20명 이상씩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 등은 7일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하마 시 인근의 알쿠바이르와 마르자프 두 마을에서 정부군에 의한 대규모 학살이 자행됐다고 보도했다. 하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 집권 시인 1982년 2월 반정부 세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약 한 달간 1만7000명이 살해당한 ‘대학살’이 벌어졌던 지역이다.

주민들은 이날 치안부대가 탱크를 몰고 마을로 들어와 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군인들은 두 살도 안 된 아기와 여자들도 무참하게 살해했고, 시신을 집과 함께 불태우기도 했다. 한 활동가는 “정부군은 칼을 이용해 끔찍하고 추악한 방식으로 마을 주민 대부분을 살육했다. 극소수의 주민들만이 학살을 피해 도망쳤다”고 말했다. 가족 4명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한 주민은 “태어난 지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아기 시체를 불태우는 걸 봤다”고 증언했다. 아이와 여자들의 토막 난 시신이 거리에 즐비했다고 AFP는 전했다.

주민들은 친정부 민병대인 샤비하가 이번에도 정부군과 함께 학살에 가담했다고 증언했다고 반정부단체 시리아지역협력위원회가 밝혔다. 훌라 학살 당시 군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학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샤비하 대원들은 알쿠바이르 마을에서도 칼과 AK-47 소총 등으로 주민들을 죽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인근에 거주하는 라이스 씨는 “샤비하 대원들이 시신들 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아사드를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고 주장했다.

한 반정부 활동가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옵서버들에게 초기 포격이 시작될 무렵 와달라고 청했으나 그들은 늦은 시간이라 올 수 없다고 말했다”며 국제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시리아 정부는 훌라 학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학살도 외국 세력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이날 “테러단체가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시리아) 정부를 모함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 대(對)테러리즘 포럼’의 시리아 문제 회의에 참석해 시리아 정권 교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CNN은 미 국무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아사드의 완전한 권력 이양은 물론이고 과도정부 구성까지 논의됐다”고 전했다. 유럽과 아랍의 16개국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 러시아와 중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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