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영어철자 맞히기 대회 ‘2012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美 샌디에이고 출신 낸디파티 양, 챔피언 금빛 우승컵 차지
한국대표 서지원 양, 하루 1, 2권씩 독서하며 어학 실력키워
‘2012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국 샌디에이고 출신의 스닉다 넨디파티 양(사진 왼쪽)과 같은 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서지원 양. 윤선생영어교실 제공
《“게터팡, 단어의 어원을 알려주시겠어요?”(참가자) “프랑스어입니다.”(출제자) “‘매복’ 혹은 ‘잠복’을 의미하는 ‘게터팡’인가요?”(참가자) “맞습니다.”(출제자) “g, u, e, t, a, p, e, n, s. 게터팡!”(참가자)
스펠링 한 글자 한 글자가 대회장에 또렷하게 울렸다. 참가번호 19번 미국 샌디에이고 출신의 스닉다 낸디파티 양(14)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출제자를 바라봤다. 그 순간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치솟은 색색의 종잇조각들. 관중석에서는 환호하는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지난달 31일 오후 8시(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게이로드 내셔널 리조트 앤드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2012년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NSB·영어단어 철자 맞히기 대회)’의 결승전 현장. 올해의 챔피언을 차지한 낸디파티 양이 금빛 우승컵을 높이 들어 올렸다.》 아깝게 스펠링을 틀린 참가자에게도 아낌없는 격려와 함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승자와 패자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올해 SNSB는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한국, 중국, 바하마, 캐나다, 가나, 뉴질랜드 등지에서 온 총 10개국 278명의 15세 이하 스펠러(speller·스펠링 비 대회 참가자를 이르는 말)들이 참가했다.
한국 내셔널 스펠링 비를 후원하는 윤선생영어교실의 박준서 상무는 “비록 단어를 못 맞히더라도 그를 ‘루저(loser·패배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실패에 깨끗하게 승복할 줄 알고 다른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특별한 ‘교육’의 현장”이라고 이 대회를 설명했다.
○ 챔피언이 말하는 ‘나만의 영어공부 비법’
일반 사람들은 들어보기도 힘든 단어를 척척 맞혀 1등을 차지한 낸디파티 양. SNSB에 출전하기 위해 주중에는 하루 6시간씩, 주말에는 하루 10∼12시간씩 영어를 공부한 그도 대회에서 처음 들어본 단어가 있었다. 같은 날 오전에 열렸던 준결승전에서 출제된 ‘랑커스(rhonchus·호흡 기관에 분비물이 있을 때 청진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학용어)’가 그것. 당황하지 않고 출제자인 자크 베일리 박사에게 단어의 ‘어원’을 물었다.
낸디파티 양은 “베일리 박사가 ‘그리스어’라고 말했다. 그리스어에서는 ‘ㄹ’ 발음이 단순히 ‘r’로만 표기되는 게 아니라 ‘rh’로 쓴다는 사실을 떠올려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리듬(rhythm)’에도 ‘rh’가 쓰이는 것과 같은 원리.
“유래된 언어마다 발음과 철자표기에 일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온 단어인지를 알면 스펠링을 유추할 수 있어요. 단어의 역사적인 배경을 알면 더 흥미롭게 영어를 배울 수 있지요.”(낸디파티 양)
○ 정확한 발음을 익히려면? 입 모양을 뚫어져라 쳐다봐라!
이 대회에는 한국대표도 참가했다. 올해로 네 번째 출전하는 서지원 양(15·경기 문정중 3)이 그 주인공. 서 양은 올 2월 열린 SNSB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대상을 차지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SNSB 예선 세 번째 라운드에서 서 양에게 주어진 단어는 ‘유택시(eutaxy·질서)’. 평소 ‘메리엄-웹스터’ 사전을 정독하고 많게는 하루에 1, 2권씩 영어도서를 읽으며 어학실력을 높여왔던 터라 어렵지 않게 스펠링을 맞혔지만, 아쉽게도 준결승엔 진출하지 못했다.
미국 학생이 대부분인 대회에서 한국대표로서 어깨를 견준 건 큰 의미가 있다. 서 양은 어떻게 영어단어를 공부했을까?
서 양은 ‘발음기호’에 중점을 두고 사전을 읽어나갔다고 했다. 하나의 알파벳마다 정해진 입 모양을 연구하는 한편, 단어를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입 모양을 관찰했다는 것. 흔히 알고 있는 단어지만 막상 원어민과 대화할 때 그 단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건 발음이 부정확하기 때문이라고 서 양은 설명했다.
베일리 박사는 “단어를 단순히 암기만 하면 실력도 늘지 않고 효율이 떨어진다”면서 “이미 알고 있는 단어라도 어원과 패턴을 익히면서 단어를 분석하는 공부를 하면 어떤 새로운 영어단어가 나오더라도 논리적으로 유추해낼 수 있고 훨씬 기억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EW스크립스사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적인 영어철자 맞히기 대회. 미국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국가대표로 선발된 세계 각국
초중학생이 참가하며 지필, 구두시험 점수를 합산해 최대 50명의 준결승 진출자를 결정한다. 준결승부터는 토너먼트로 진행돼 총
10명의 결승 진출자를 가린다.
내년부터는 미국을 포함한 60여 개국에서 나라별 대표 3명씩을 선발해 규모를 확대할 예정. 한국대표를 선발하는 대회는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하며 영어교육 전문기업인 윤선생영어교실의 후원으로 내년 초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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