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전부 요원이 美 CIA 첩자였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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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CIA에 국가정보 팔아넘긴 간첩사건에 발칵

중국 국가안전부 부부장(차관급)의 보좌관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정보를 팔아넘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안전부는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1985년 위창성(兪强聲) 국가안전부 처장이 미국으로 망명해 CIA에 41년간 잠입해 있던 전설적인 중국 스파이 진우다이(金無怠)를 폭로한 이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미인계 걸려 CIA에 정보 팔아”

3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국가안전부 부부장의 보좌관 A 씨를 체포한 시점은 올해 1∼3월. 홍콩 매체들은 A 씨는 올해 38세로 추진(邱進) 부부장의 보좌관이며 추 부부장도 이번 사건으로 이미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A 씨는 CIA에 포섭돼 중국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전략적 정보를 미국에 넘겨 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 통신은 “그는 영어를 할 수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A 씨가 간첩행위를 하게 된 경위는 CIA의 미인계가 거론되고 있다. 몇 년 전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와 부적절한 모습으로 있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혔다는 것. 이 여자가 사진을 무기로 간첩행위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2000년 미국으로 도망간 쉬쥔핑(徐俊平) 국방 국장도 미인계에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A 씨가 미국 유학 시절부터 CIA에 포섭됐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과 홍콩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중국 정보당국의 핵심에서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추 부부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이끌고 있는 공산주의청년단파의 핵심 인맥 중 한 명이다. 후 주석은 이번 사건을 보고받고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보시라이(薄熙來)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A 씨를 체포한 시점이 보시라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을 즈음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추 부부장은 보시라이 사태를 촉발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重慶) 시 공안국장이 청두(成都)의 미국총영사관에서 망명을 기도했을 때 그를 베이징(北京)으로 압송하는 책임을 맡았다.

A 씨는 왕 전 국장을 소환하는 긴박한 순간에 벌어지는 내용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중국 정보당국이 이 같은 상황에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평소부터 주시해 온 A 씨를 검거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나온다.

○ 불씨 커질까 쉬쉬하는 미중

이번 사건이 터진 지 몇 달이 지났지만 미중 양측은 공식 언급을 꺼리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은 3일까지 관련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유럽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거부했다.

미중의 이런 반응은 올해 들어 양국 관계를 위기로 몰았던 돌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터라 더 이상의 갈등을 피하려는 공통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2월 왕리쥔 사건과 4월 천광청(陳光誠) 사건은 모두 중국 내 미국공관이 개입돼 있으며 중국 공안 당국도 개입됐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와 CIA가 얽힌 사건이 공론화되면 양국이 외교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국가안전부#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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