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톈안먼 피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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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전 시위때 아들 잃은 아버지
“정부 진상규명 미흡” 목매 자살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다음 달 4일로 23주년을 맞는 가운데 당시 아들을 잃은 한 남성이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야웨이린(軋偉林·73) 씨가 25일 베이징(北京)의 한 병원 지하주차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28일 보도했다. 야 씨는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1989년 6월 둘째 아들 야아이궈 씨(당시 22세)가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뒤 희생자 유족 단체인 ‘톈안먼 어머니회’에 가입해 활동해 왔다. 야 씨 가족들은 그가 죽기 며칠 전 ‘불의’가 판쳐 왔던 그동안의 세월을 한탄하며 자살 계획을 써 놓은 편지를 발견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공안 당국은 27일 야 씨의 시신을 가져가 화장했다.

톈안먼 어머니회의 창립자인 딩쯔린(丁子霖) 씨는 “모임 회원 가운데 자살한 사람은 야 씨가 처음”이라며 “그는 우리를 만날 때마다 진실규명 노력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톈안먼 어머니회는 당국이 야 씨의 유언장을 압수한 것으로 보고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학생들이 주축이 된 민주화 요구를 당국이 탱크로 진압한 사건이다. 몇 년 전 국무원은 당시 사망자가 300명가량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단체 등은 5000명 이상 학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톈안먼 사태#진실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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