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번 낙방한 남자의 필사적인 구직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3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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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광고판 메고 거리로 나서

지난 10년간 무려 1만5000번의 정규직 구직신청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영국의 한 40대 남자가 급기야 '나를 고용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을 몸에 걸고 가두 구직활동에 나섰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제의 인물은 버밍엄 출신의 로빈 노턴 씨로, 역사학 석사학위에 몇 개의 국가직업자격(NVQ)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동안 어떤 고용주들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결국 "제발 나를 고용해 주세요"라고 적힌 광고판을 앞뒤로 두른 샌드위치맨 차림으로 영국 중부 우스터셔에 있는 브롬즈그로브 교차로 M5 진출입로에서 온종일 왔다 갔다하며 공개 구직활동에 나섰다.

노턴 씨는 "지난 10년간 1주에 약 25차례 구직을 신청했지만 어디서도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면서 "어떤 때는 1주일에 50번을 신청하기도 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내 신청서를 받았지만 채용할 수 없다는 이메일 통지조차 거의 받은 적이 없다"면서 "나는 어떤 업종이든 정규직을 구하고 있으며 절대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턴 씨는 과거 7년간 로열 메일사에 근무한 뒤 발 관리 점포를 차려 운영도 했지만 2002년 파산한 후 청소, 정원관리, 건축공사장 등에서 잡역을 해왔다.

그만큼 안정적인 정규직에 대한 그의 갈망은 크지만 큰 욕심은 없어 보인다.

노턴 씨는 "과거에도 사는 게 별로였지만 요즘은 불경기 탓에 더욱 나빠졌다"면서 "이제 내게 취직 기회가 있을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불경기 탓도 있지만 내 나이 역시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며 "회사들은 40대를 고용하길 원치 않으며 모든 직업은 젊고 전도유망한 구직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턴 씨에게는 몇 안 되는 인터뷰 요청 외에 구직의 손길은 없었으며 그는 결국 "배수진으로" 구직 광고판을 앞뒤로 내건 샌드위치맨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삶이 나를 이처럼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면서 몸이 아프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실업인구는 263만 명으로, 올 들어 4만5000 명이 줄었다.

메일 온라인판은 한 아이의 아버지인 영국인 제이슨 프루엔 씨가 2009년 맨체스터의 M60도로 9번 교차로에서 '일자리를 찾습니다'는 광고판을 자신의 앞뒤에 내건 채 4시간 동안 구직활동에 나서 다행히 직업을 얻기는 했지만 이런 구직전략이 먹혀들어간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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