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시위罪’ 23년이나 옥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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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무기 감형 리위쥔 씨
석방됐지만 가택연금 될 듯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참가자인 리위쥔(李玉君·45) 씨가 수감 23년 만에 석방됐다.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톈안먼 사태 23주년을 앞둔 조치로 보인다.

20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리 씨는 이달 초 베이징 제2교도소에서 풀려났다. 22세에 시작한 옥살이를 45세가 되어서야 끝낸 것이다. 풀려났다고는 해도 당국의 허락 없이 거주지를 떠날 수 없는 가택연금 상태에 처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8년간 공민권을 박탈당하며 언론 등 외부 단체와의 접근도 금지된다. 톈안먼 사태 당시 회사원이었던 리 씨는 인민해방군이 베이징에 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조차에 불을 지른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톈안먼 사태로 붙잡힌 사람들 중에 아직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반중(反中)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사형 선고를 받았던 장야췬(江亞群) 씨와 먀오더순(苗德順) 씨가 아직 베이징의 모처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 다 감형을 받았는데 예정대로라면 장 씨는 내년에, 먀오 씨는 2018년에 풀려난다. 이들은 그나마 생사라도 확인됐지만 일부 시위 지도자는 아직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중앙민족학원 출신으로 시위를 이끌었던 왕정윈(王正雲), 왕즈신(王治新), 장즈칭(張志淸) 씨는 톈안먼 사태 직후 중국 당국이 수배령을 내렸던 지도자 21명에 속했던 인사로 생사가 묘연하다.

톈안먼 사태 주역들은 대부분 외국으로 탈출해 반중 활동을 하거나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당시 학생조직을 이끌며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됐던 왕단(王丹) 씨는 10년간 중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1998년 미국으로 망명한 뒤 하버드대에서 사학과 박사과정을 밟은 뒤 대만 국립정치대에서 교수로 있다.

신장(新疆) 위구르 출신인 우얼카이시(吾爾開希) 씨는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 ‘해외중국민주전선’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민주화운동을 하다 지금은 대만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톈안먼 사태 당시 맨 몸으로 탱크를 막아선 사진으로 유명한 왕웨이린(王維林) 씨는 대만으로 피신해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톈안먼 사태#리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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