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동양인? 능력만 보라”… 소수배려 일축한 당찬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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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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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가시 있는 장미’ 한국계 입양인 펠르랭, 佛 中企-혁신 담당장관 임명

佛장관 34명 중 한국계 포함 17명이 여성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이 17일자 1면에 ‘평등’이란 제목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은 여성 17명을 소개했다. 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국계 입양아 플뢰르 펠르랭 씨다. 같은 줄 
오른쪽과 위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은 35세로 이번 내각에서 최연소인 여성평등부 장관 겸 정부 대변인 나자 발로벨카상 씨(모로코 
태생)와 통상관광담당 장관 실비아 피넬 씨다. 사진 출처 리베라시옹
佛장관 34명 중 한국계 포함 17명이 여성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이 17일자 1면에 ‘평등’이란 제목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은 여성 17명을 소개했다. 맨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국계 입양아 플뢰르 펠르랭 씨다. 같은 줄 오른쪽과 위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은 35세로 이번 내각에서 최연소인 여성평등부 장관 겸 정부 대변인 나자 발로벨카상 씨(모로코 태생)와 통상관광담당 장관 실비아 피넬 씨다. 사진 출처 리베라시옹
입양 당시 양부모 품에 안긴 펠르랭 1974년 프랑스 공항에서 양부모 품에 안기는 생후 6개월 된 플뢰르 펠르랭. KBNe 프랑스 제공
입양 당시 양부모 품에 안긴 펠르랭 1974년 프랑스 공항에서 양부모 품에 안기는 생후 6개월 된 플뢰르 펠르랭. KBNe 프랑스 제공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프랑스에 입양된 39세의 한국 여성이 프랑스 장관이 됐다. 한국계 입양인이 선진국 정부의 장관이 된 것은 처음이다.

주인공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정부에서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담당장관(Ministre d´el´egu´e)으로 발탁된 플뢰르 펠르랭(김종숙·39) 씨. 펠르랭 장관은 직제상 차세대 사회당 대표 주자인 아르노 몽트부르 생산성 재건 장관(50) 밑에 속하게 된다.

1973년 8월 29일 서울에서 태어난 펠르랭 장관은 생후 며칠 만에 거리에 버려져 보육원으로 보내졌고 6개월 후 강보에 싸여 프랑스로 입양됐다. 그에게 한국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입양 후에도 한국을 찾은 적이 없다.

그는 프랑스 북부 도시 몽트뢰유와 베르사유에서 핵물리학 박사 부친과 전업주부인 모친 밑에서 성장했다.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이었던 부친은 은퇴해 의료기기 회사를 차렸는데 좌파적 성향이 강했다. 어려서부터 수재 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듯 남들보다 2년이나 빠른 16세에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며 두각을 보였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21세 때인 1994년 프랑스 최고의 상경계 그랑제콜(고교 졸업 후 2년 예비대학과정을 거쳐 진학하는 최고 고등교육기관)인 에세크(ESSEC·고등경영대학원)를 졸업했고 3년 후 파리정치대(IEP·시앙스포)까지 마쳤다. 이어 최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국립행정학교(ENA)에 들어가 2000년에 졸업했다.

펠르랭 장관은 ENA를 졸업하면서 졸업 성적이 상위 15%에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정부부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자 감사원을 택했다. 이곳에서 문화·미디어·국가교육 검사관으로 일하던 그가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건 2002년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 대선후보의 연설문 작성팀에 참여하면서부터. 지난해 초부터 감사원 ‘프랑스 TV 채널 다양성 상임위원회’ 위원으로 할동하던 펠르랭 장관은 조스팽 전 후보의 정치적 제자로 불려온 올랑드 전 당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다시 선거대책본부에 참여해 디지털 경제와 정보통신을 담당하는 보좌관으로 일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버려진 아이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중요한 일은 우연히 일어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며 ”한국에 대해 특별히 느끼는 감정은 없다. 외모는 동양인이지만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은 프랑스인이다. 만약 각료로 기용된다면 한국의 초고속 통신망이나 디지털 경제 시스템, 산학협력연구 등에 대해 협력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주간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내각 명단이 발표된 뒤 펠르랭 장관에 대해 “부드러워 보이지만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장미(같은 사람)”라고 표현했다. 쾌활한 성격으로 친화력이 뛰어나지만 토론이나 대화를 할 때는 직설적으로 할 말은 다 한다는 뜻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가 여기(대선 캠프) 있는 이유는 여자이기 때문도, 작은 눈을 갖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당적을 초월한 소수 민족 출신 여성 엘리트 정치인들의 모임인 ‘21세기 클럽’의 멤버로 가입해 2010년 회장직까지 맡았다.

참사원 공무원인 남편과 여덟 살짜리 딸이 있다. 펠르랭 장관의 일곱 살 아래 여동생도 한국인 입양아다.

올랑드 내각은 18명의 장관과 16명의 담당장관 등 34명으로 구성됐는데 남녀가 17명씩 절반으로 이뤄진 프랑스 역사상 첫 남녀평등 내각이다.

:: 담당장관(Ministre d´el´egu´e) ::


한국으로 따지면 장관보다는 하위이고 차관보다는 상위인 중간 개념. 엄밀히 말해 ‘장관급’ 각료에 해당한다. 프랑스는 각료의 직급이 ‘총리(Premier Ministre) >국무장관(Ministre d'´Etat) > 장관(Ministre) > 담당장관(Ministre d´el´egu´e) > 차관(Secr´etariat d'´Etat)’ 등의 순서로 서열이 매겨진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프랑스#프랑스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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