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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프랑스, 좌파 올랑드 시대]단두대 오른 긴축… 유로존 다시 격랑 속으로

입력 2012-05-08 03:00업데이트 2015-04-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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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집권당 줄줄이 패배… 佛17년 만에 좌파정부 탄생
그리스 연정 총선 과반 실패… 獨 메르켈도 지방선거 쓴잔
세계증시 급락… 코스피도 뚝
유로존이 또다시 긴장의 파고에 휩싸이고 있다. 6일 프랑스와 그리스에서 실시된 대선, 총선과 독일 지방선거에서 긴축정책을 성장정책으로 바꾸라는 민심의 큰 목소리가 일제히 표출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성장이 우선이라며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25개국이 동의한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을 공언해온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7일(현지 시간) 올랑드 후보가 51.62%, 사르코지 대통령이 48.38%를 득표해 올랑드 후보가 당선됐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로써 프랑스는 17년 만에 좌파정권을 맞았다.

올해 초 유럽 각국의 국가 부채위기를 촉발한 그리스도 이날 총선을 치른 결과 30년 가까이 번갈아 가며 집권한 사회당과 신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긴축과 구제금융에 반대해온 진보좌파연합(시리자) 등 극좌, 극우 정당들이 절반에 이르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지방선거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민당(CDU)이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州)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이처럼 ‘반(反)긴축 정권 리스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글로벌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6일 프랑스(―1.90%) 영국(―1.93%) 독일(―1.99%)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미국 다우존스지수도 1.27% 떨어진 13,038.27로 마감됐다. 그리스 증시는 대폭락했다. 또 지난해 8월부터 유럽 재정위기에 짓눌렸던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7일 코스피는 32.71포인트(1.64%) 하락한 1,956.44로 밀렸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2.78% 떨어졌다.

올랑드 당선자는 6일 밤 “이제 긴축정책이 위기의 유일한 해법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성장 해법 좁은문… “올랑드, 불방석에 앉았다” ▼

이어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면서 “EU의 해법은 공공 지출을 줄이는 긴축 위주의 방식으로 돼 있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계가 프랑스의 좌파정권 탄생만큼이나 주목한 선거는 2차 구제금융까지 받은 그리스의 총선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30년 동안 정치를 이끌어온 좌파 사회당(PASOK)과 우파 신민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현 집권당인 사회당은 총선(전체 300석) 결과 3위로 추락한 반면 사리자당이 2당으로 약진했다. 1당으로 올라선 우파 신민주당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신민주당과 사회당은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머물고 긴축재정을 완수해 구제금융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날 선거 결과 후 안도니스 사마라스 신민주당 대표는 “유로존에 체류하면서도 구제금융 조건을 수정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반면 창당 10년 만에 제2당으로 부상한 시리자당은 “EU와 국제통화기금(IMF)에 채권 상환을 잠정 중단하고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자”고 거듭 요구했다.

파리 소재 CMC 마켓의 파브리스 쿠스테 대표는 “신민주당이 선거 패배 후 구제합의 내용을 재협상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을 상기시키며 “유로존이 또다시 전면적인 위기 모드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그리스 총선은 오랜 긴축으로 실업, 연금 삭감, 자살과 생계 파탄이 잇따르면서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주도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도 도덕적 해이에 남유럽 국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야당과 국민의 비판에 직면해 왔고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했다. 이번 선거로 전체 17개 주 가운데 8개 주에서 지방정부를 운영하는 기민당은 이번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를 제1 야당인 사민당(SPD)에 내주면서 전체적으로 열세에 놓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올랑드 당선자가 취임하는 대로 곧 베를린을 방문해 성장협약을 논의해 다음 달 EU 정상회의에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내용은 현재 유럽의 긴축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보다 더 탄력성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유럽개발은행(EIB)을 통해 인프라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필요하면 재원 확보를 위해 ‘개발 채권’도 발행하는 ‘신마셜플랜’ 방법 등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기도 베스터벨레 외교장관은 6일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유럽 경제를 위해 “성장 협약을 만드는 데 힘을 합칠 것”이라며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베스터벨레 장관의 발언은 성장 정책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 양측은 조만간 신재정협약에 성장협약을 넣는 문제를 본격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의 외교 소식통들도 “최근 메르켈 측과 올랑드 캠프 간에 긴장을 가라앉히기 위한 비공개 접촉이 있었다”며 “‘메르코지’(메르켈+사르코지)란 용어가 ‘메르콜랑드’(메르켈+올랑드)로 급선회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시도가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상징적 수준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상황에 정통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올랑드가 집권 첫날부터 불방석에 앉았다”며 “캠페인 때 뭐라고 공약했든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실질적으로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올랑드 당선자가 긴축을 핵심으로 하는 기존 해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정책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위기 해법을 완전히 변경하려면 독일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독일이 긴축 위주의 기존 정책노선을 완전히 뒤집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 역시 유럽의 재정 적자 및 부채 축소와 유로화의 안정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올랑드 당선자의 성장 모드 해법이 시장에서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케인스 식 경기부양 해법을 내놓을 경우 투자자들은 프랑스 정부의 재정 적자 정책 이행 태도에 의구심을 품어 결국 신용등급 강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 부양책은 오히려 위기를 더욱 장기화하고 독일과 ECB의 신용도까지 심각히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컵 펑크 커키가드 연구원은 “시장은 바로 프랑스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올랑드 당선자가 조기에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프랑스는 유럽에서 다음 환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측면에서 그리스 문제와 스페인의 구제 가능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7일 이번 그리스 총선 결과로 인해 1년 또는 18개월 안에 그리스가 유로에서 떠날 위험이 75%까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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