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이틀앞… 극우-극좌파 대거 당선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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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 수십 년 그리스의 운명이 달려 있다.”

총선을 4일 앞둔 2일 루카스 파파디모스 그리스 총리는 이번 총선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과 국민에게 “그리스가 당장 파산할 위험은 면했고 재건의 여건은 마련했지만 긴축정책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이후 물러나는 파파디모스 총리가 이번 총선 결과에 우려를 나타내는 호소를 하고 나선 것은 이번 선거에서 긴축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정치세력이 대거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는 32개 정당이 나왔지만 구제금융과 긴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정당은 지지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민주당과 사회당 2곳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지지율은 50%를 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득표 하한선인 3% 이상을 얻어 원내에 진출할 정당은 8∼10개로 예상되며 이들이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거국 내각을 이끌고 있는 사회당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대표는 “극좌파의 주장대로 구제금융을 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을 깨고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알바니아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 우파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호소하는 극우 극좌 정당들은 높은 실업률 등 비참한 현실을 비판하며 유권자를 파고들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이 똘똘 뭉쳐 긴축에 반대하면 어렵게 부도 위기를 면한 그리스는 또다시 유럽 재정위기의 화약고로 재부상할 소지가 크다.

2009년 총선에서 0.23%를 얻는 데 그쳤던 군인 출신 니콜라오스 미칼로리아코스가 만든 신나치정당 황금새벽당은 1992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원내 진출이 유력하다. “이민자가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율을 5%까지 끌어올렸으며 8석 안팎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인구의 10%인 이민자를 추방하고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그리스와 터키 국경에 지뢰를 설치하겠다”며 “EU, IMF와 맺은 구제금융 협정을 취소하고 정부 지원을 받은 그리스 은행을 모두 국유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극좌파인 공산당과 시리자당, 극우 라오스당 역시 긴축을 거부하는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고 있으며 의회 진출 가능성이 높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그리스#그리스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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