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재포스의 회의에서 전문 그래픽 기록가가 토론 내용을 도표와 만화 등을 이용
해 칠판에 정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페이스북은 사무실 벽을 개조해 칠판으로 바꿨다.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그림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 직원들은 칠판에 만화를 그리는가 하면 도표를 만들기도 하고 쪽지를 붙여 놓기도 한다. 이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인 에버릿 카티그백 씨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아무리 편리해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직접 손으로 그리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칠판과 사인펜을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 사이에 유행하는 이 같은 시각적인 아이디어 표현 방식을 ‘두들링(Doodling·낙서) 기법’이라고 한다. 낙서 기법이 유행하면서 사무실 벽을 칠판으로 개조해주는 아이디어페인트라는 회사는 2008년 이후 매출이 매년 두 배씩 늘고 있다.
아예 별도의 ‘낙서 룸’을 만드는 기업도 있다. 시트릭스라는 IT 기업은 첨단기기에 익숙한 직원들이 손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 협력 룸’을 만들었다. 누구나 이 방에 들어가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방에는 칠판과 사인펜, 낙서장은 물론이고 3차원적 아이디어 구현을 위한 스티로폼이나 막대 기구 등이 마련돼 있다.
홈어웨이라는 여행 관련 기업은 직원들이 머릿속에 맴도는 아이디어를 생생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그래픽 전문가를 불러 스케치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그래픽 전문가는 도표를 만들 때 각종 도형이나 화살표를 어떻게 이용하면 아이디어의 흐름을 구체화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또 그래픽 기록가(graphic recorder)라는 전문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들은 회의 때 그래픽 기록가를 배석시켜 토론한 내용을 그림이나 도표로 정리하도록 한다.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보다 직접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방식도 늘고 있다.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만든 마이크로소프트도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초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칠판을 이용한다. 제프리 머리 마이크로소프트 테스트 매니저는 “참석자들이 손으로 그리면서 설명하면 한 장소에서 감정과 경험을 공유한다는 느낌이 커진다”고 말했다.
2009년 응용인식 심리학이라는 잡지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자로 표현된 정보보다 낙서나 그림으로 표현된 정보가 더 오래 기억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키 앤드레이드 영국 플리머스대 심리학 교수는 “아이디어를 비주얼하게 표현하는 것은 쉬운 듯하지만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투입되는 작업”이라며 “시각적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더욱 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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