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상자 지고 가게 가던 짐바브웨, 이젠 잔돈과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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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잡으려 美달러 도입… 화폐가치 갑자기 커졌지만
동전 공급 제대로 안돼… 상점마다 거스름돈 골머리

“잔돈이 없는데 잔돈 10센트(약 113원) 대신 이 병따개를 가져가시죠.”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있는 클래식슈퍼마켓의 종업원 리디아 주와위 씨는 손님들에게 매번 잔돈에 해당하는 물건을 더 사달라고 요청한다. 거스름돈으로 줄 동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채소노점을 운영하는 롭슨 마드줌바라 씨는 “물건을 팔 때도, 살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언제나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한참 기다려야 한다”며 “짐바브웨에서 거스름돈은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거스름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일부 상점에서는 거스름돈으로 줘야 할 돈 액수만큼 물건을 계속 신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신용전표’를 사용한다.

이런 현상은 2009년 화폐개혁이 단행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짐바브웨에서는 슈퍼마켓에 한 번 갈 때마다 돈다발을 상자에 가득 싣고 가야 했다. 2007년 기준 연간 1만 %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2009년 1월 짐바브웨 정부는 100조 짐바브웨달러짜리 지폐를 새로 발행하는 초강경 대책을 내놨으나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같은 해 4월 자국 화폐 발행을 중단하고 미국달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이 1일 생활비로 1, 2달러를 사용하는 짐바브웨에서 1미국달러의 화폐가치는 너무 커 동전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지폐와 달리 동전은 미국에서 들여오기엔 운반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 이 때문에 미국달러를 사용하는 에콰도르 등에서는 자국 동전을 따로 주조해 사용한다. 그러나 짐바브웨에서는 초인플레이션 경험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자국 동전 대신 이웃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동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동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동전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24일 전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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