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참전용사재단 회장 웨버 씨 “한국전 추모의 벽, 한인들이 나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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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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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참전용사재단 회장 웨버 씨 “건립법안 통과 촉구를” 호소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이 24일 애넌데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애넌데일=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워싱턴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이 24일 애넌데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애넌데일=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60세면 한국에서는 환갑으로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에게 ‘추모의 벽’을 헌사하고 싶은데 아직도 법안은 의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한인들이 적극 나서주세요.”

한국전 참전용사 윌리엄 웨버 씨(86·예비역 대령)는 24일 “앞으로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죽기 전에 이 일을 꼭 이루고 싶은데 한인들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의 한국전쟁기념관 주변에 유리벽으로 ‘추모의 벽’을 설치해 참전용사들의 명단과 활약상을 새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추모의 벽에는 미군에 소속돼 한국전쟁에 참전한 카투사의 활약상도 새겨질 예정이다.

▶본보 2011년 7월 20일 A5면 “6·25 美추모벽 건립에 한국도 참여를”
▶본보 2011년 7월 28일 A29면 심상돈 카투사전우회장 “6·25 美 추모벽 건립 모금…”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 버지니아 주 애넌데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 하원에 계류돼 있는 ‘추모의 벽’ 건립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한인들이 나서 지역구 의원들에게 촉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웨버 회장은 지난 7년 동안 추모의 벽 설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15일 ‘추모의 벽’ 법안(HR 2563)이 연방 하원 자연자원위원회에 상정됐다. 웨버 회장의 열정에 감동한 심상돈 전 카투사전우회장은 추모의 벽 건립 사업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오세영 화백의 그림 100점(시가 500만 달러 상당)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안에는 추모의 벽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재단이 각계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하원의 ‘국립공원, 숲, 공공부지’ 소위원회의 청문회를 거쳐 자연자원위원회에 다시 회부돼 있다. 하지만 법안이 상정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표결이 이뤄지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웨버 회장은 하원에서 의원 27명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내셔널몰을 관리하는 공원관리국과 이곳에 설치하는 조형물을 심사하는 국립미술위원회에서 추모의 벽 설립을 반대하고 나서 법안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립미술위원회는 한국전쟁기념관에 추모의 벽을 설치할 경우 가까이 있는 베트남참전기념비와 비슷해진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공원관리국은 새 조형물을 설치할 경우 관리 비용이 추가로 든다며 예산 조달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웨버 회장은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맞는 내년 7월 27일에 이 추모의 벽을 헌사하려면 공사 기간 1년을 감안해 법안이 올해 7월 말까지는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웃한 베트남참전기념비와 유사하다는 것이 숨져간 이들의 넋을 기리는 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국전쟁에서 북한군이 던진 수류탄에 오른팔과 다리를 잃은 그는 회견 도중 몸을 떨기도 했다.

또 웨버 회장은 “미국인들은 한국전쟁 중에 주한미군에 배속돼 한국과 미군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 카투사가 없었다면 훨씬 많은 미군이 죽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박세환)와 한국전참전유공자회(회장 박희모), 카투사전우회(회장 김종욱)는 최근 자연자원위원회의 딕 헤스팅 위원장에게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웨버 회장은 “한인들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e메일을 보내 법안을 서둘러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에 동참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애넌데일=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美참전용사#추모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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