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오바마 개고기’… 美대선 흔드는 견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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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印尼서 먹은 적 있다”… 자서전 내용 보수진영서 비난
“애견 학대” 공격받았던 롬니측 반격 나서며 SNS 공방 가열

어린 시절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회고록 대목이 뜬금없이 미 대선의 이슈로 제기됐다. ‘애견천국’인 미국에서 후보가 개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은 유권자들에게 민감하게 여겨질 수 있는 소재지만 미국 주류 언론들은 전후 맥락을 따져볼 때 호들갑을 떨 이슈가 아니라며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7일 보수 성향의 인터넷사이트 데일리콜러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7년 발간한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한 대목을 인용한 글이 게재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살았던 6∼10세 때 인도네시아인 양아버지 롤로 소에토로 씨에게서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대목이다.

“롤로는 나에게 고추를 생으로 먹는 법을 가르쳐줬다. …개고기(질겼음) 뱀고기(더 질겼음) 구운 메뚜기(바삭바삭)도 먹어보게 했다. …롤로는 ‘사람은 자신이 먹는 것의 힘을 그대로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 호랑이고기를 맛볼 수 있게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미 대선의 때아닌 ‘견공’ 논란은 오바마 대통령에겐 부메랑과 같다. 올해 초 밋 롬니 후보가 1983년 가족여행 중 여유 좌석이 없어 자동차 지붕에 개집을 묶은 다음 애견 시머스를 넣고 보스턴에서 캐나다까지 여행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공화당 경선 라이벌들로부터 동물학대라는 공격을 받자 오바마 대통령 측도 공세에 가담했던 것이다. 당시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애견 ‘보’를 앞세워 롬니 후보를 비판했다.

애견 논쟁에서 궁지에 몰렸던 롬니 후보 측은 이번 ‘보신탕 논란’이 제기되자 “개와 함께 가는 힘든 여행이라도 (개를) 먹는 것보다는 더 친절한 행위”라며 비난했다. 이에 오바마 캠프 대변인은 “6∼10세 어린이에 대한 다음 공격은 무엇이냐”며 일축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선 트위터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18일 “계속되는 경제적 불안정과 아프가니스탄전쟁, 예산, 세금 등의 이슈들에 비하면 애견 논쟁은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롬니 후보도 18일 한 인터뷰에서 “선거는 개가 아닌 일자리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며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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