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지 기자 ‘미얀마의 봄’ 2信]“캐머런이 온다, 선물 들고…” 들뜬 미얀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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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부가 들어선 이래 미얀마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동토(凍土)의 땅’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날씨로만 보면 미얀마는 후끈한 곳이다. 10일 양곤의 최고기온이 38도에 이를 정도다.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국민들의 민주화 열기가 국제사회에서 미얀마를 격리시켰던 두꺼운 얼음을 녹이고 있다.

10일 미얀마에는 또 다른 ‘따뜻한 소식’들이 들려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3일 미얀마를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서방 지도자가 미얀마를 찾는 건 1962년 군사 쿠데타 이후 처음이다. 캐머런 총리는 수도 네피도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양곤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와도 만난다. 28일에는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대표가, 5월에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 외국 정상들이 줄줄이 미얀마를 찾을 예정이다.

해외 정상의 연이은 방문에 미얀마 정부는 한껏 고무됐다. 영국 정부는 캐머런 총리 방문 소문이 퍼졌을 때 “정확한 일정은 알려줄 수 없다”고 연막을 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미얀마 정부에 캐머런 총리의 일정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캐머런 총리의 방문 계획을 미리 발표하면서 양국의 우호 분위기를 띄웠다.

미얀마 정부가 캐머런 총리의 방문을 ‘공식화’한 이유는 명확하다. 캐머런 총리의 역사적 방문이 미얀마 제재 해제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올해 초 EU가 군사 부문을 제외한 전방위 해제를 추진했을 때 가장 반대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선 영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얀마 정부는 1월 미얀마를 찾은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이 구두 약속했던 향후 3년간 보건 및 교육 부문 2억8900만 달러(약 3300억 원)의 원조도 캐머런 총리 방문 때 확정되길 바라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은 영국과 미얀마의 관계 개선을 “역사의 아이러니”라 부르고 있다. 50년 동안 영국은 미국과 더불어 미얀마 군부 제재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영국인과 결혼했던 수치 여사에 대한 관심도 남달라, 15년 동안 가택연금을 당했을 때 가장 많이 접촉을 시도한 게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이었다. 이에 따라 옥스퍼드대 동문인 수치 여사와 캐머런 총리의 ‘개인적 만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강은지 기자
강은지 기자
양곤 시민들은 캐머런 총리 방문을 통한 정치적 해금이 경제적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이곳 비즈니스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올해 한국 사업 관계자들이 200여 명 다녀갔다”며 “영국은 물론 싱가포르나 인도 등의 사업가들이 더 많이 미얀마를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양곤에선 일본 정부가 수도 네피도에 양국 산업개발사무소 설치를 결정했으며, 조만간 세인 대통령이 경제적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일본을 공식 방문할 것이란 소식도 들렸다. 미얀마의 뜨거운 봄은 얼음이 다 녹기도 전에 벌써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양곤에서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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