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낙마… 中 권력투쟁 불 붙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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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 정변’ 38일만에 해임… 후임에 장더장 부총리 내정
정치국 상무위원직 놓고 계파간 자리싸움 본격화

중국 공산당이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인 보시라이(薄熙來) 충칭 시 당서기를 서기직에서 해임했다. 이로써 보 서기의 측근인 왕리쥔(王立軍) 충칭 시 부시장의 배신으로 촉발된 ‘충칭 정변’이 사건 발생 38일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계파 간 권력투쟁은 지금부터라는 시각이 많다.

관영 신화통신은 공산당 중앙당이 14일 보 서기를 해임하고 후임으로 장더장(張德江) 국무원 부총리를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보도했다. 14일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보시라이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날이다. 중앙당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왕 부시장도 해임했다. 후임은 칭하이(靑海) 성의 허팅(何挺) 공안청장이 맡을 예정이다.

왕리쥔은 지난달 6일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의 미국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기도했지만 실패했다. 보시라이의 행동대장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던 부하가 망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는 점에서 보시라이는 최대의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서기직에서 해임됨에 따라 보시라이가 올가을 열리는 제18차 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총 9명)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당 정치국 위원직은 일단 보유하고 있지만 이 또한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중앙당의 이번 결정은 일단 보시라이 개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시라이가 혁명원로의 자제 그룹인 태자당 선두주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계파 간 세력균형이 재편되는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 총리가 14일 ‘문화대혁명의 잔재’까지 거론하며 정치개혁을 역설했던 것도 보시라이로 대표되는 당내 좌파에 대한 경고이자 치열한 권력투쟁을 암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시라이는 2007년 충칭 시 당서기에 오른 뒤 홍색가요(혁명가요) 부르기 등 ‘창홍타흑(唱紅打黑·사회주의 이념을 고취하고 사회악을 척결)’을 주장하는 등 극좌적 노선을 걸어왔다. 장더장 신임 충칭 시 당서기는 1946년생으로 연변대 조선어과를 나온 뒤 김일성종합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대표적인 ‘한반도통’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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