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테헤란을 가다 4信]수교50돌 이란에도 한류열풍… 한국인 보면 “주몽” “대장금”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2009년 8월 18일 이란을 방문한 배우 송일국 씨(왼쪽)가 테헤란 IRIB방송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드라마 ‘주몽’은 2009년 이란에서 8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파르스통신
2009년 8월 18일 이란을 방문한 배우 송일국 씨(왼쪽)가 테헤란 IRIB방송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드라마 ‘주몽’은 2009년 이란에서 8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파르스통신
“쇼마 치니(당신은 중국인입니까)?”

“살람(안녕하세요)?” 다음으로 이란에서 많이 들은 말이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다 보니 동양인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이란인들이 한국에서 온 기자를 중국인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코레!”라는 대답은 마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했다.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에 시민들은 하나같이 “주뭉(드라마 ‘주몽’)!” “양금(드라마 ‘대장금’)!”을 외쳤다. 이란에서 방영됐던 한국의 인기 드라마 제목들이다.

이란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하다. 이란 TV 채널3에서 방영된 주몽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송일국 씨가 2009년 이란을 찾았을 때 국빈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여주인공 소서노로 등장했던 한혜진 씨를 만나러 한국에 가겠다며 아버지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청년의 에피소드를 택시 운전사에게서 전해 듣기도 했다.

이란 영화평론가 모하마드 타키 파힘 씨는 “이란에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부족하다 보니 시청자는 주몽 같은 외국 드라마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며 “(주몽은) 사랑, 전투, 서스펜스를 폭넓게 다룰 뿐 아니라 한국의 기술력 성장을 잘 보여주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이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데에는 한국 기업의 역할도 크다. 장기간의 서방 제재로 독일과 일본의 전자제품들이 이란 시장에서 빠지면서 품질 좋고 가격경쟁력 있는 한국 전자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자동차시장에서도 기아의 프라이드는 푸조 등 다른 외제 차와 어깨를 견주며 ‘국민 자동차’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은 이란과 한국. 한류 열풍이 한창인 이곳에서 이란인들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석유 금수조치와 금융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상당수 시민들은 한국의 제재 동참은 물론이고 미국 주도의 최근 제재 자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외려 기자에게 무슨 제재인지, 어떤 나라가 참여하는지 묻는 이들도 있었다. 금은방을 경영하는 한 상인은 “석유제재나 금융제재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지 않으냐”며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신을 통해 한국의 제재 동참 소식을 미리 접한 일부 지식인층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학 강사인 알리 아스가르 바라티 씨(38)는 “한국이 안보 등 여러 이해관계를 따져 내린 결론이겠지만 안타까운 게 사실”이라며 “한국인들이 CNN이나 BBC 등 서구의 유력 매체들이 왜곡한 이란 상황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 택시 운전사는 “난 한국이 좋다. 중국과 러시아는 핵 개발을 도와주고 있어서 싫다. 그렇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란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관리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수많은 나라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면서 “숱한 제재 속에서도 이란은 늘 여타 국가들과 긴밀한 경제협력의 끈을 놓지 않아 왔으므로 참여 국가들에 특별히 반감을 갖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