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판매회의에서 단 1분도 고객의 수익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 오로지 고객의 돈을 뜯어내는 데 관심을 둔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12년간 일해 온 고위 임원이 고객의 이익보다 이윤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탐욕적이고 부도덕한 조직문화를 공개 비판해 월가가 들끓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회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파장은 커지고 있다. 월가 점령 시위로 촉발된 금융권의 탐욕과 도덕성 논란이 다시 가열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의 그레그 스미스 전무(사진)는 14일 뉴욕타임스에 ‘나는 왜 골드만삭스를 떠나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회사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유독(有毒)하고 파괴적인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질타했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후 2000년 입사해 뉴욕본사를 거쳐 런던지사에서 1조 달러를 운용하며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주식파생상품 총책임자로 일한 스미스 전무는 이날 사표를 냈다.
그는 “임원들이 회의나 e메일에서 공공연하게 고객들을 멍청이(muppet)라고 부른다. 회사 경영에서 고객 이익은 항상 뒷전이었다”며 “경영진이 태연하게 고객에게 바가지 씌우는 걸 얘기할 때 신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신참 애널리스트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고객한테 돈을 얼마나 뜯어냈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윤이 크지 않아 빨리 처분해야 되는 상품을 고객들에게 우선 추천하고, 고객의 이익은 상관없이 회사에 수익을 많이 안겨주는 고객을 확보하면 빨리 승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입사했을 때 팀워크, 정직, 겸손, 최선의 고객서비스로 대표되는 조직문화가 있었다. 이는 143년 역사의 골드만삭스를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한 ‘비밀양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문화는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탐욕적 조직문화를 만든 장본인으로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와 게리 콘 사장을 지목하며 “도덕성의 몰락은 회사의 장기 생존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고문은 우리의 가치와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개인의 주장에 불과하다. 퇴사하는 직원의 지나치게 편향된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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