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의회 “이스라엘 대사 추방” 만장일치 결의

  • 동아일보

“이스라엘은 첫번째 적” 규정… 34년 우방관계 ‘빨간불’
실권 없어 상징조치 그칠듯

이스라엘과 이집트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집트 의회는 12일 이집트 카이로 주재 이스라엘대사의 추방 요구안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집트 의회는 또 이스라엘에 대한 가스 수출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집트가 1979년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 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재임시절까지 줄곧 이스라엘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움직임은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의 역학관계에 큰 변화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집트 의회는 이날 이스라엘대사의 추방안을 가결한 뒤 “이집트는 ‘절대(never)’ 이스라엘의 친구나 동반자, 협력자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아랍 국가들의 ‘첫 번째 적’이고 이스라엘과의 ‘모든 종류와 형태의 관계’에 대해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의회의 이 같은 모습은 508개 의석 중 65%를 차지하는 이슬람주의 정당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대사 추방 권한은 이집트 군사위원회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기 때문에 의회의 결의는 상징적 조치로 그칠 개연성이 크다. 현재 이집트 군부는 1979년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세력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신들은 이슬람교도들이 주축이 된 의회가 입법부 권한을 늘리고 대통령 권한을 축소시키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과거처럼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10일부터 가자지구를 공습해 현재까지 25명의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휴전에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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