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구촌 새권력/러시아]“강한 남자 푸틴의 눈물 진짜였나” 시민들 갸우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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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그건 진짜였다”

4일 밤(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 앞 마네시 광장. 10만여 명의 블라디미르 푸틴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광장 앞에 설치된 연단에 푸틴 대통령 당선자가 올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푸틴 당선자는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 하지만 TV 시청자와 군중은 웃통을 벗고 호랑이 사냥을 하던 장면을 자주 보여 주던 ‘강한 남자’ 푸틴의 눈물에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울 리는 없겠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푸틴 당선자가 “우리가 이겼다. 누구도 러시아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없다”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순간 또다시 그의 오른쪽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군중이 ‘푸틴, 푸틴’을 연호하자 그는 “공정한 선거를 마친 우리는 (끝내) 승리할 것”이라고 외치며 눈물을 닦지 않았다. 오른쪽 뺨을 타고 내린 눈물은 조명에 선명하게 반짝였다.

이날 마침 러시아 국영 TV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영화를 방영했다. 시골에서 모스크바로 올라온 세 명의 여자가 도시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내용의 소련 시절 영화다. 행사가 끝난 뒤 푸틴 당선자가 자신의 선거 캠프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선거본부에 들렀을 때 한 남성이 그에게 “그 눈물이 진짜였느냐”고 묻자 푸틴 당선자는 “그렇다. 그건 진짜였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반(反)푸틴 세력들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사전에 짜인 각본에 따라 흘린 눈물”이라고 폄하했다. 한 시민은 영화 제목을 들어가며 “모스크바는 푸틴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5일 러시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블라디미르 푸틴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축전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과 북핵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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