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더 큰 결심과 용기로”… ‘개혁’ 60여 차례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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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전국인대 개막… 고강도 정치개혁 나서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중국의 의회) 개막식의 공작보고(국정보고)에서 정치개혁을 강도 높게 역설했다. 원 총리는 “법에 의한 민주적 선거, 민주적 정책 결정, 민주적 관리, 민주적 감독을 실행하고 인민의 알 권리, 참여권, 의사 표현권과 감독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날 “더 큰 결심과 용기로 경제체제 개혁, 정치체제 개혁 등 개혁을 계속 전면 추진하여…”라며 정치개혁을 직접 언급했다. 원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정치개혁을 포함해 곳곳에서 ‘개혁’이란 단어를 이전 연설보다 많은 60여 차례 언급했다.

원 총리는 2004년 첫 공작보고를 한 이래 8년 동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치개혁을 언급해 왔다. 사실 이번에 언급한 내용들도 2006년 이후 공작보고부터 반복적으로 말해온 대목이 많다.

원 총리는 이번 보고에서 공정한 사법과 관련한 부분을 많이 강조했다. 원 총리는 “법에 의한 다스림이라는 기본 방침을 철저히 지키고 헌법과 권위를 존중하고 수호하며 엄격히 법에 의해 정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법에 의하지 않는 집행과 독직, 직무유기 등 행위를 단호히 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원 총리가 표방하는 정치개혁을 △점진적이고 직접적인 선거제도 개혁 △인민과 언론의 감독 △사법부 독립으로 완성되는 공정한 사법제도 수립 등으로 본다. 이번 보고에도 이런 원칙들이 담겨있다.

그동안 원 총리는 공작보고뿐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정치개혁을 역설해 왔고 종종 파문을 불러왔다. 1년 전인 지난해 전국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원 총리는 “정치개혁이 없으면 경제개혁도 성공할 수 없으며 우리가 이룬 성과들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언급에 나흘 앞서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은 “중국은 서구식 정치체제를 모방하거나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서열 2위인 우 위원장과 서열 3위인 원 총리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당내 노선투쟁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원 총리는 다른 중국 정치지도자는 잘 쓰지 않는 ‘정치개혁’이란 민감한 표현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중국이 정치개혁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그 이유로 원 총리가 공산당 최고 지도층 내 노선투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이 돌 뿐이다. 원 총리의 정치개혁 주장은 정책으로 실천되지 않으면서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

한 홍콩 언론은 원 총리가 다음 주 자신의 소신을 표현할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원 총리는 지난해처럼 종종 전국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소신발언을 해왔다. 원 총리가 다음 주에 그의 임기 중 마지막 전국인대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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