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JA “린을 노란독사라 부르지 말라”

  • 동아일보

AAJA, ‘린만을 위한’ 이례적 보도금지 권고안 제시

‘린이 등장하는 시간이 좋아(Me Love You Lin Time).’

전미아시아기자협회(AAJA)가 25일 미국 신문 방송 매체에 대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시아계 프로농구(NBA) 선수 제러미 린(뉴욕 닉스)과 관련해 언론이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문구 중 하나다. 뉴욕 닉스 팬들의 응원 피켓에 자주 등장하는 이 문구는 미국 언론이 거의 관용어구처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AAJA는 주어 자리에 목적격 ‘Me’를 쓰는 것은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으로 ‘아시아인은 영어가 서투르다’는 고정관념을 강화시켜 준다고 지적했다.

AAJA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단어나 문구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보도금지 권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언론단체가 특정인에 대한 보도를 계기로 보도금지 권고안을 제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스포츠 채널 ESPN은 ‘갑옷을 입은 칭크(chink in the armor·중국인을 가리키는 비속어)’라는 표현을 쓴 직원을 해고했다.

AAJA는 LA레이커스의 유명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별명 ‘검은 독사’에 빗대 린을 ‘노란 독사’로 부르는 것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린이 소속팀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포천쿠키’로 부르거나 가라테 태권도 선수처럼 잘 뛰어오른다고 해서 ‘메뚜기 같다’는 표현도 아시아계 비하 의미로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칭크’와 ‘찢어진 눈’도 금지 목록에 포함됐다. 중계방송 진행자들이 린을 가리켜 ‘어떻게 (공을) 운전하는지 안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도 아시아인들의 운전 실력을 비꼬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2일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 직원이 한국인 고객을 상대하면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치니토스(chinitos)’라는 문구를 영수증에 적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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