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상 상계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 그는 지난해 8월 선거를 통해 총리에 올랐다. 티베트 망명정부 제공
티베트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국 쓰촨(四川) 성 간쯔 티베트자치주 써다(色達) 현에서 3일 티베트인 3명이 분신했다. 1년 사이에 벌써 19명째다. 지난달엔 달라이 라마의 귀환과 자유를 요구하는 티베트인들에게 중국 공안이 발포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동아일보 종합편성TV 채널A는 4일 국내 방송으로는 처음으로 인도 다람살라 소재 티베트 망명정부 수반인 로브상 상계 총리(44)를 전화로 인터뷰해 티베트 사태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한 상계 총리는 “한국 사람처럼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한국에 친근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상계 총리는 최근 “한족이 일으킨 광둥(廣東) 성 우칸(烏坎) 촌 시위에는 지방정부의 지도부 교체까지 해줬던 중국 정부가 쓰촨의 티베트인 평화시위는 무력으로 짓밟았다”며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차별적 처우를 비판했다.
그는 간쯔자치주 상황에 대해 “중국 공안의 유혈진압으로 긴장이 격화하고 있으며 (최소한) 6명이 숨졌고, 60여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상계 총리는 “중국은 티베트 침공을 사회주의 천국 건설을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한다”며 “하지만 평화 시위대를 총으로 쏴 죽이는 너무도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상계 총리는 최근의 시위가 티베트인 다수가 거주하는 티베트자치구가 아닌 쓰촨 성 내 의 작은 자치주에 국한돼 있다는 중국 당국의 주장에 대해 “티베트인을 분열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 아버지도 쓰촨 출신”이라며 “티베트든 쓰촨이든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티베트인들은 티베트의 독립과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위한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 티베트족 540여만 명은 1개 자치구와 10개 자치주 그리고 2개 자치현에 흩어져 살고 있다.
상계 총리는 “2008년 3월 시위 이후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들에 대한 대량 학살과 탄압을 계속해 왔다”며 “티베트의 한 수도원에서는 2000명 정도의 승려 중 1500명 이상의 승려가 사라지거나 추방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공안들은 티베트인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사진에 침을 뱉도록 강요하는 등 티베트인들을 자극하는 행위를 지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라이 라마와 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 것을 동포들에게 요청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부터 모진 수모와 탄압을 받고 있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며 분신 사태가 빚어진 것은 중국 당국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중국의 국력과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제사회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티베트 사태를 미온적으로 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그는 “돈 때문에 인권 문제를 등한시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경제적 이해만큼 인간의 존엄성 역시 중요한 문제”라며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나리 채널A 기자 narikim@donga.com 정혜연 채널A 기자 grape06@donga.com ■ 로브상 상계 총리
티베트 불교 승려의 아들로 1968년 인도 다르질링에서 태어났다. 델리대를 졸업한 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티베트인으로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2011년 8월 선거를 통해 망명정부 총리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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