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물고 늘어진 롬니, 예견된 압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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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공화 플로리다 경선 46% 득표

플로리다는 롬니를 택했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지난달 31일 열린 미국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77만1842표(46.4%)를 얻었다. 불과 열흘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대패했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보기 좋게 이긴 셈. 깅리치 후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승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31.9% 득표에 그쳐 예상보다 큰 표차로 2위에 그쳤다. 롬니 후보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라는 플로리다 경선 원칙에 따라 50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 현재까지 총 8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1일 오후부터는 미 국토안보국이 제공하는 비밀경호단이 따라붙게 되어 명실상부 백악관이 인정하는 공화당 후보 그룹에 올랐다.

○ 롬니가 대세였다

롬니 후보가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에서 얻은 지지율 46.4%는 자신의 ‘텃밭’으로 불린 뉴햄프셔 주에서 얻은 39.3%보다도 높은 수치. 부동층이 막판에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깅리치 후보는 성 추문 의혹으로 중도 사퇴했던 허먼 케인 전 갓파더스 피자 회장의 지지 선언을 받고 선거 하루 전날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아들인 마이클 레이건의 지지까지 이끌어냈지만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티파티 영향력도 플로리다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롬니의 압승은 실업률이 9.9%인 플로리다 주의 침체된 경제 상황과 직결돼 있다. 이날 마이애미 과학박물관에서 투표 후 기자와 만난 라피엘 노다리스 씨(84·전 소아과 의사)는 “얼어붙은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롬니”라고 말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서려면 강성 보수인 깅리치보다 중도파 롬니가 훨씬 유리하다는 유권자들의 인식도 한몫했다. 백악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대하기 힘든 후보로 롬니 후보를 꼽고 있다. 본선 경쟁력으로 치자면 롬니를 당할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롬니가 플로리다 전체 유권자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사로잡은 것도 주효했다. 롬니는 쿠바 이민자들이 몰려 있는 마이애미 인근의 아바나 근처를 선거 막판까지 챙겼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막내아들 그레그를 유세장에 내세워 한 표를 호소했고, 쿠바계 이민자 출신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하원 외교위원장을 매번 찬조연설 무대에 세웠다. 2008년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에서 존 매케인 후보에게 히스패닉계 표의 4분의 3을 내주는 바람에 플로리다에서 패배했던 롬니가 이번에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 것으로 미 언론은 분석했다.

한편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롬니 후보가 TV 라디오 등에 쏟아 부은 돈만 1540만 달러, 깅리치 후보는 370만 달러에 달하며 두 사람 모두 광고 내용의 92%가 상대방을 헐뜯는 네거티브 광고였다”며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40%가 광고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 ‘슈퍼 화요일’이 분수령 될 듯

롬니 후보는 선거 후 탬파 선거본부에서 다시 오바마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는 “대통령의 리더십이란 책임을 지는 것이며 변명을 늘어놓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물러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자신의 경쟁 상대는 오바마 대통령이지 깅리치 후보가 아니라는 메시지였다.

4일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네바다 주와 메인 주에 이어 콜로라도 미네소타 미주리 주(7일) 및 애리조나 미시간 주(28일) 등도 롬니의 강세 지역이다. 하지만 깅리치 강세지역이 3월 6일 10개 주에서 동시에 열리는 ‘슈퍼 화요일’에 몰려 있어 롬니 대세론을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깅리치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아직 46개 주가 남아 있다”며 “모든 곳에서 경선에 임할 것이며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롬니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려면 114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한다.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얘기다. 공화당 보수층에선 중도파인 롬니에 대항하기 위해선 릭 샌토럼과 깅리치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도 향후 경선의 관건이다.

마이애미=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롬니#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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