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파리’… 인도 벵골만 안다만 제도의 원시 자라와족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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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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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춤 추면 음식 던져… “동물 취급” 비난 빗발

인도 벵골 만 안다만 제도의 자라와족 여성이 사파리 투어에 나선 차량을 향해 걷고 있다. 이들에게 ‘댄스’라고 외치면 즉시 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며 바나나와 비스킷을 달라고 한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인도 벵골 만 안다만 제도의 자라와족 여성이 사파리 투어에 나선 차량을 향해 걷고 있다. 이들에게 ‘댄스’라고 외치면 즉시 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며 바나나와 비스킷을 달라고 한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춤춰.”

관광객의 한마디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녀들이 박수를 치며 엉덩이를 흔든다. 나신의 한 여성이 손을 내밀며 음식을 달라는 시늉을 하자 관광단을 인솔하던 경관이 “아까 줬잖아. 혼자 먹지 말고 나눠 먹으란 말이야”라고 윽박지른다.

인도 벵골 만에 위치한 안다만 제도 정글지대의 원시부족 ‘자라와족’을 상대로 ‘인간 사파리 투어’가 벌어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놀이공원에서 곰이나 사자들을 상대로 하는 사파리투어를 연상케 하는 이런 관광실태는 영국 사진작가 게딘 체임벌린이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 최신호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옵서버에 따르면 자라와족 원주민 보호구역 입구에는 ‘사진과 비디오 촬영 금지’, ‘자라와족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마시오’라는 표지판이 적혀 있다. 하지만 오전 5시 반부터 자동차 130대와 버스 25대가 보호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린다. 관광객들은 자라와족 여성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마다 바나나와 비스킷을 던져준다. 이 장면을 목격한 원주민 보호운동 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의 한 직원은 “관광객들이 ‘인간 동물원’을 즐기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전 5시 반 투어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원주민 보호구역 앞에 늘어선 차량 행렬. 당국은 하루 8개 단체로 투어를 제한하고 있지만 인원수를 제한하지 않아 자라와족은 날이 갈수록 몸살을 앓고 있다.
오전 5시 반 투어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원주민 보호구역 앞에 늘어선 차량 행렬. 당국은 하루 8개 단체로 투어를 제한하고 있지만 인원수를 제한하지 않아 자라와족은 날이 갈수록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투어의 배후에는 부패한 현지 경찰이 있다. 현지 신문 ‘안다만 크로니클’의 데니스 자일스 편집장은 “자라와족은 경찰이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돈벌이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객들은 약 350파운드(약 62만 원)를 지불하고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 이 중 일부는 경찰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경찰은 관광객들의 불법 행위를 막기는커녕 관광객을 인솔하고 원주민들에게 강제로 공연을 시키기도 한다.

안다만 제도 내 현지인은 아예 ‘자라와족과 함께하는 하루’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파리 투어를 홍보한다. 그는 “1만5000루피(약 33만 원) 정도면 경찰을 매수할 수 있고, 1만∼1만5000루피를 더 내면 차량부터 운전사, 자라와족에게 던져줄 비스킷과 스낵도 제공한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자라와족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이주한 1세대 원주민의 후예다. 이들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98년. 부족의 한 청년이 다리 골절상을 입어 정글 바깥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그곳에서 겪은 외부세계를 주민들에게 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외부세계에 존재가 알려진 지 불과 14년밖에 안 됐지만 이미 원주민들은 질병과 착취, 성매매 등에 노출돼 있다.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그들은 외부세계를 접한 이후 홍역, 볼거리, 말라리아 등 유행성 질병에 시달리게 됐고, 알코올의존증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때때로 자라와족 여성들이 외부인의 아기를 낳지만 부족 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18세기 말 1만 명에 가까웠던 자라와족은 현재 400여 명으로 줄었다. 외부세계를 만난 이후 자존감과 고유의 언어, 문화를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키쇼레 찬드라 인도 부족문제부 장관은 “돈을 위해 인간을 짐승처럼 부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개탄하며 조사를 지시했다고 AF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인도는 2002년 원주민 보호 목적으로 하루에 8개 단체에 한해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허가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동영상=“춤추면 음식 줄께” 인도 ‘인간 사파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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