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협상 개시 합의]‘고수익’ vs ‘고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1일 03시 00분


한중 FTA 체결되면… 예상해 본 ‘4가지 明과 暗’車-油化 수출 증대 ‘고수익’ vs 농축산-中企 피해 ‘고위험’

《 한중 양국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중 FTA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2004년 한중 통상장관이 민간공동연구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지 8년 만에 FTA 체결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경제규모 세계 2위이자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FTA는 국내 산업은 물론이고 안보 및 국민 일상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수출 증가와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한중 FTA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그만큼 위험요소도 높다. 이에 따라 본협상에 들어가더라도 농업 등 민감한 주제를 놓고 수년간 협상이 표류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많다. 농업 분야 협상만으로도 길게는 5, 6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경제에 시험대가 될 한중 FTA 체결에 따른 명암을 정리한다. 》
기대① 관세 인하로 제조업 수출 크게 늘 듯

한중 FTA 체결의 가장 큰 이점은 관세 인하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다. 중국이 한국산 상품에 매기는 수입관세는 평균 9.7%에 이른다.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지금보다 10%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유럽연합(EU)의 수입관세율이 각각 3.5%, 5.6%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는 한미, 한-EU FTA 때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한국보다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는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은 한중 FTA 체결의 최대 수혜 업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 FTA 체결로 화학산업은 연간 48억5750만 달러(6.43%), 자동차는 10억3040만 달러(4.05%)의 수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한-EU FTA 때와 달리 한중 FTA는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국내 서비스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대중국 수출이 30% 이상 늘어나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72%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② 고속성장하는 中 거대 내수시장 선점


한중 FTA는 국내 기업들이 거대 내수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 경제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의 내수시장은 연평균 18% 이상 성장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7.6%(1조7500억 달러)에서 2020년 21.4%(15조9400억 달러)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국의 내수시장을 노린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낮은 수준의 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은 대만의 추격이 거세다. 정환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한국산 중간재나 부품보다 소비재에 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며 “한중 FTA 체결은 중간재 위주인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내수시장을 노린 소비재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③ 국내 기업 對中투자 줄어 일자리 증가

한중 FTA 체결로 국내 기업들의 대중 투자가 줄어들면서 국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대중 누적투자액은 지난해 9월 현재 347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GDP의 3%가 넘는 수치다. 이는 높은 중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체 생산기지의 중국 이전은 관련 부품업체들의 동반 진출에 따라 연쇄적인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중 FTA로 주요 제조업의 관세가 철폐되면 중국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국내에서 상품을 생산해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꾸준히 감소하던 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④ 남북관계서 ‘중국 지렛대’ 효과 볼 수도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남북 관계에서 한중 FTA는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체제 변화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한중 FTA 체결로 양국 간 경제관계가 한 단계 격상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특히 지금까지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북한을 감싸는 모습을 보인 중국에 대해 한국의 발언력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① 싼 中농축산물 밀려오면 국내 농가 휘청


한중 FTA 체결의 최대 피해 분야가 농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중국의 농축수산물은 한국산보다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고 지금까지의 다른 FTA 체결 대상국과 달리 지리적으로 가까워 교역품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이 10년간 100억 달러 늘면서 국내 농업 생산은 최대 14.7%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전체 농산물의 20%를 ‘민감 품목’으로 양허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중국과의 FTA 협상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감 품목이란 쌀, 고추, 마늘 등 우리 국민에게 중요하고 민감한 농산물 품목을 말한다. 정부 산하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민감 품목 20%를 생산비 비중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전체 농업생산액의 9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우려② 저임금 中인력 몰려와 일자리 뺏을 수도


그간 한국에서는 중국동포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 유입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한중 FTA 협상에서 광범위한 인력 이동과 함께 전문직 자격증을 상호 인정해달라고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중국은 2008년 발효된 뉴질랜드와의 FTA 협상 과정에서 인력이동 개방을 강하게 요구해 ‘일시고용 입국’ 양허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는 ‘일시고용 입국’ 명목으로 쿼터를 새로 만들고 의사, 간호사, 요리사, 중국어 강사 등 3년간 800명의 중국인을 입국시켰다. 뉴질랜드처럼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중국인이 대거 국내로 유입되면 국내의 저임금 일자리 상당수가 중국인들로 대체될 개연성이 높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우려③ 영세 中企 구조조정 한파 불어닥칠 듯


국내 중소기업들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 밀리면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반도체, 전자 등 국내 첨단산업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 FTA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가 크지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영세한 중소기업은 구조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집약적이고 영세한 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농업에서도 대량 재배하는 품목은 중국이 유리하지만 특용작물,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 품목은 한국이 유리할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려④ 中경제 의존도 커져 차이나리스크 가중

국내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커지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경제의 침체나 정치체제 변화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국가체제 차이도 차이나 리스크로 작용한다. ‘고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운영하는 중국에서는 중국 중앙정부와 맺은 FTA의 일부 조항이 지방정부에 막혀 사실상 사문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방 행정기관의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한중 FTA를 믿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는 “중국 시장의 규모가 커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며 “중국의 보호주의 정책, 지방정부의 불투명성이 우리 기업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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