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타임誌 “北 거대한 통곡게임”… CNN “당국이 정교하게 연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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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주요기사로 다뤄

서방 언론들에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영결식은 거대한 미스터리였다. 엄청난 군중이 눈 속에서 통곡하는 장면을 전하면서 서방 언론들은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한지에 대해 분석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CNN은 “은둔의 북한 정권이 김 위원장 영결식을 통해 자신들이 정성을 쏟는 국가행사를 얼마나 잘 연출하는지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시민들이 영구차가 지나가는 길에 슬픔을 겉으로 드러내기 위해 줄을 서 통곡했다”며 “이번 영결식은 국가에 의해 통제된 슬픔의 또 다른 표출이었다”고 해석했다.

서방 언론 가운데는 이번 행사를 집단 히스테리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27일 “북한 주민이 ‘울기 게임(crying game)’을 하는 것은 슬퍼하지 않으면 이들이 (당국에 의해) 곤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외부와 고립된 채 평생 우상숭배 선전만 듣다 보면 김 위원장이 죽었을 때 실제 슬픔에 잠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북한 주민들의 이 같은 반응에는 주위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같이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학적인 원인도 있다”며 ‘슬픔의 전염’ 현상을 거론했다.

외신들은 영결식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지도부의 면면에 주목하며 차기 북한의 권력구도에 대한 전망에도 초점을 맞췄다. AFP통신은 28일 장성택 김기남 등 이날 후계자 김정은 주변에 보였던 핵심 인물들을 언급하며 “북한에서 누가 김정은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단서”라고 설명했고, 평양에서 소식을 전한 AP통신은 “김 위원장의 다른 아들들인 김정남과 김정철은 보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영결식은 차기 권력구도를 공고히 하려는 북한에 중요한 행사였지만 북한이 이를 해외조문단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내부 권력서열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국영방송인 중국중앙(CC)TV는 28일 영결식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김정일 동지는 조선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이자 중국 인민의 친밀한 벗으로 양국 관계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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