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 문자옥’ … 정부비판 글 올린 두 작가 10년-9년 이례적 중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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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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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탄압” 반발 확산

중국 법원이 인터넷에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두 작가에게 국가전복 선동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년 안팎의 중형을 선고해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왕조시대에 학자나 관료가 쓴 글의 한두 글자를 트집 잡아 심지어 사형까지 시켰던 ‘문자옥(文字獄)’에 빗대 ‘인터넷 문자옥’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구이저우(貴州) 성 구이양(貴陽) 법원은 26일 작가 천시(陳西·57) 씨에 대해 국가전복 기도 혐의로 10년형을 선고했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쓰촨(四川) 성 쑤이닝(綏寧) 법원은 23일 작가 천웨이(陳偉·42) 씨에게 9년형을 선고했다.

천시 씨는 이미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3년, 1995년에도 국가전복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지만 이번에는 순전히 인터넷에 올린 36편의 글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시 씨의 변호인단과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아무리 기존에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단지 온라인에 올린 글 때문에 다시 중형을 선고한 것은 명백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천웨이 씨의 변호인 측도 “천웨이 씨 역시 체제비판 발언으로 구류를 당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 중형은 순전히 그가 온라인에 발표한 글 4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천웨이 씨는 과거 6·4 톈안먼 사태 무력진압을 비판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외신들은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씨도 국가전복 기도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그의 경우 공산당의 일당 지배를 부인하는 2008년 ‘08 헌장’ 서명을 주도하는 등 반체제 활동을 해왔던 데 비하면 두 작가가 온라인에 글을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중형을 선고한 것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당국의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홍콩중문대의 중국인권 전문가는 “며칠 사이 각기 다른 지방에서 나온 판결이긴 해도 두 사건 모두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중형이 선고된 것은 중앙정부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최근 토지보상 문제로 촉발된 광둥(廣東) 성 루펑(陸豊) 시 우칸(烏坎)의 주민들이 3개월 넘게 당국과 대치하다 해산하는 등 집단 시위가 번질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인터넷이 시위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쳐 중국 당국이 강경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문자옥 ::


중국 왕조시대에 황제의 이름에 들어간 한자를 쓰거나 황제가 싫어하는 글자를 사용했다는 죄를 뒤집어씌워 관직을 박탈하거나 비판적 지식인을 사형까지 시킨 황제의 전횡을 일컫는 말. 정적 제거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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