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원유개발 포기할테니 36억달러 보상하라” 제안 4년, 국제사회 시큰둥… 초조한 에콰도르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美·獨 불참속 5300만달러 모금
“연내 1억달러 안주면 제안 취소”

에콰도르 동부의 아마존 내에 있는 야수니 국립공원은 지구상에서 가장 훼손이 덜 된 밀림 중 하나다. 서울 면적의 약 16배(9823km²)인 공원 안에는 2700여 종의 나무와 각종 동식물이 살고 있다. 유네스코는 1989년 이곳을 세계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약 90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에콰도르는 하루에 28만5000배럴의 석유를 수출한다. 이를 통해 연간 조세 수입의 3분의 1에 맞먹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전 국민의 30%가 빈곤선 아래서 생활하는 에콰도르에 환경 보호를 위해 석유개발을 포기하는 선택은 쉽지 않다.

유전 개발이냐 아마존 보존이냐의 선택 사이에서 고민해오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우리가 유전개발을 포기할 테니 그 대신에 국제사회가 우리의 잃어버린 수입을 보상해달라”는 이색 제안을 내놨다. 일명 ‘야수니 이니셔티브’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아마존 밀림에 매장된 유전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에 개발 시 받을 수 있는 원유가의 절반 수준인 36억 달러를 유엔과 환경보호단체 등으로부터 보상받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에콰도르 경제를 먹여살리는 석유를 포기하는 대신에 대체에너지 개발과 빈곤 퇴치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코레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2007년 제안했고 지난해 유엔개발계획과 협정을 체결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에서 환경과 돈을 맞바꾼 이 프로젝트를 두고 “밀림을 인질 삼아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표현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유엔 등이 36억 달러를 주면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빙자한 갈취행위”(타임의 표현)라는 비난 속에 모금 성과가 그리 좋지는 않다. 노르웨이가 최근 이 계획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까지 5300만 달러가 모였다. 반면 최대 ‘물주’로 예상했던 독일과 미국의 참여는 불투명하다. 그러자 다급해진 코레아 대통령은 최근 “올해 말까지 1억 달러만 모이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안을 취소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