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네로 복지 “고통 감내해야…” 끝내 말 못이어
총리 “급여 받지 않을 것” 대규모 긴축 정책 추진
“(국민들은) 큰 정신적 고통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연금개혁을) 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하고, (…을) 요구할 것….”
4일 이탈리아 로마의 기자회견장. 내각이 마련한 긴축개혁안의 핵심인 연금개혁안을 설명하던 엘사 포르네로 복지장관(63)이 감정에 북받친 듯 끝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앉아있던 마리오 몬티 총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희생”이라고 대신 말해줬다. 장관이 차마 하지 못한 단어를 대신 던진 것이다.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어두웠다. 화려한 날들은 가고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포르네로 장관이 더 말을 잇지 못하자 몬티 총리가 비장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다수의 희생이 불가피합니다. 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 연금개혁 등을 골자로 하는 긴축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나도 총리 급여를 받지 않겠습니다.”
유럽 재정위기 중심에 있는 이탈리아는 당초 일정보다 하루 앞선 4일 국무회의를 열고 경제개혁안을 전격 발표했다. 2014년까지 세금 인상, 예산 삭감, 연금개혁을 통해 200억 유로를 긴축하고 10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을 통해 총 300억 유로(약 45조4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번 연금개혁안으로 여성 근로자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현행 60세에서 66세까지 높아지며 남성 근로자의 경우 연금부담액을 납부하는 기간이 현행 40년에서 42년으로 늘어난다. 주택과 사치품에 대한 세금도 늘어나 21%로 적용되던 부가가치세가 내년 2분기부터 23%로 인상된다. 이탈리아는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0%인 1조9000억 유로의 정부부채를 안고 있다.
이번 개혁안은 5일 독일-프랑스 정상회담과 9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앞서 금융시장의 불신과 국제사회의 자구책 마련 압박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당 등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의회에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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