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공공노조 긴축반대 총파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260만명 참가… 1926년 이후 최대 규모
재정적자 줄이기 위한 연금개혁에 반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영국 공공부문 노조가 30일 총파업을 벌였다. 공공부문 예산 감축 및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260만 명의 공무원과 교직원이 전국 1000곳의 근무지에서 파업에 동참했다. 이번 파업은 20세기 영국 최대의 파업으로 기록된 1926년 5월 총파업(360만 명 참가)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런던 히스로 공항은 이날 12시간 이상 출입국 업무가 지연돼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공공 노조가 이런 파업을 벌인 것은 연금수급 연령 상향(65→68세) 조치와 연금 납입액 인상안에 대한 반대가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시작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긴축정책이다. 영국의 2010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유로존 위기국인 이탈리아(4.6%), 스페인(9.2%)보다 높고 그리스(10.5%)와 비슷하다. 유럽연합(EU) 평균은 7.5%다. 국가부채는 2008년 GDP 대비 52%에서 지난해 80%로 치솟았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올해 2분기 실업률은 8.3%로 1996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공공 지출을 줄이다 보니 올해부터 대학 등록금이 3배로 오르고 부가가치세가 17.5%에서 20%로 높아져 물가가 치솟는 등 서민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반면 경기는 후퇴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당초 올해 1.7%, 내년 2.5%에서 0.9%, 0.7%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대형 백화점은 예년보다 앞서 11월부터 50% ‘세일’ 행사에 들어갔지만 소비는 늘지 않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큼 실물 경제가 나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11월 29일 영국이 경제와 금융 쪽에서 새로운 타격을 받으면 신용등급 AAA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AAA 등급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공공 부채 증가 같은 경제적 충격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이 크게 고갈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이날 공공부문 임금 인상률을 2년간 1%로 제한하고 2017년까지 공공직 71만 개를 줄이는 내용의 긴축 재정 수정안을 공개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보수당 정권이 강력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영국 국채 금리가 독일 국채에 근접할 만큼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