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위기 스페인도 포퓰리즘 정권 몰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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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국민당, 사회당에 총선 압승

경제위기로 그리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권이 잇따라 몰락한 가운데 20일 총선을 통해 총리에 오르게 된 스페인 우파 국민당(PP) 마리아노 라호이 대표(56)의 어깨가 무겁다.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잇달아 사회당의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에 분루를 삼켰던 그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정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20일 총선에서 국민당이 압승한 것은 사회당 정권이 다걸기를 해온 부동산 산업의 거품이 붕괴하고 투자은행이 부실화하면서 실업률 상승과 경기 침체가 이어져 민심이 이반된 결과다. 따라서 라호이 대표는 스페인호를 경제위기 파고에서 빨리 탈출시켜야 할 난제를 안고 출발선에 섰다.

이번 총선에서 ‘변화에 동참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라호이 대표는 100대 개혁 과제를 내놓았는데 절반이 경제 관련 내용이다. 사파테로 정권에서 부동산·사회간접자본 등 건설 분야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로 생긴 거품을 모두 걷어내겠다는 의지다. 고용 증가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실업률을 낮추는 동시에 중앙부처의 통폐합과 공무원 급여 삭감, 연금·실업수당·건강보험·교육 부문의 지출 삭감으로 성장과 긴축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유로존에 남기 위해서는 의무와 헌신이 필요하다. 당장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쓰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지는 “라호이 총리는 채권시장과 유럽 국가에 자신이 스페인의 경제 회복을 이끌 능력이 있다는 점을 빨리 확신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호이 대표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자치지방에서 태어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을 졸업하고 24세 때 공무원 임용고시를 통해 공직에 몸담았다. 1986년 총선을 통해 중앙 정계에 입문하지만 의원직을 사퇴하고 고향인 갈리시아 자치정부의 부통령을 맡았다. 이후 우파 세력들이 합쳐 PP를 출범시킬 때 전국위원을 맡으면서 다시 중앙무대에 나선 그는 오랜 기간 동지였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가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오르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아스나르 정부 초기 공공행정장관, 교육문화장관, 내무장관, 부총리 등을 차례로 역임하며 국민당의 2인자로 부상한 그는 아스나르의 뒤를 이어 2004년 총선 때부터 당을 이끌어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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