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남미 첫 재선 女대통령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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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 1차투표서 압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58)이 남미 최초의 여성 재선 대통령이 됐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3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53.04%의 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1983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재선으로 남미를 대표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앞으로 3년 동안 여성 수장들이 이끌게 됐다.

○ 압도적 재선 이룬 리더십 비결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데에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주효했다. 우선 지난해 10월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의 사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에 불과해 경쟁자인 훌리오 코보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54.8%)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동정표가 몰리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지난해와 올해 9%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아르헨티나의 경제도 재선에 힘을 보탰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3분의 2는 콩, 광물 등과 같은 1차 산업품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의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올라 큰 수익을 얻었다.

마지막 요인은 포퓰리즘 정책이었다. 그는 300만 명의 아동에게 매달 50달러씩 보조금을 지불하고, 낙후 지역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무료로 나누어주는 정책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 파타고니아의 표범 vs 보톡스의 여왕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1989년 산타크루스 주 의원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정치가다. 남편의 사망 이후 “나는 정치를 혼자 못한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능력도 그의 이런 이력을 감안하면 특이한 게 아니다.

그는 자신에게 반기를 들고 경쟁자로 돌아선 코보스 부통령을 철저하게 고립시켰고 비리 의혹이 제기된 측근은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드넓은 파타고니아 평원을 호령하는 표범에 빗대 ‘파타고니아의 표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미지 정치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외모에 많은 신경을 써 ‘보톡스의 여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비난도 받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방문 중 11만 달러를 주고 구두 20켤레를 사 또 한 번 비난을 받았다.

그의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률이다. 아르헨티나의 비공식 집계 실업률은 20%로 남미에서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높다. 연 25%에 이르는 인플레율과 도시 빈곤층 확산 등도 그가 넘어야 할 장벽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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