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철권통치 미얀마, 봄이 오는 소리?

  • 동아일보

‘미얀마에도 봄은 오는가.’

북한에 이어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로 지목돼온 미얀마에도 민주화와 개방의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미얀마의 주요 관영 언론에서 영국 BBC방송과 ‘미국의 소리 방송’ 등 미얀마 정부에 ‘눈엣가시’였던 서방 언론을 비난하는 구호가 올 8월부터 사라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약 15년간의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의 사진과 기사가 미얀마 언론에 실리기 시작한 것도 수년 만에 처음이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얀마 정부 부처가 언론을 상대로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홍보하기 시작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언론 사이트나 블로그까지 철저히 차단됐으나 민선 정부가 들어서면서 완화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민주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1일 태국 방콕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얀마 군사정부가 발전적 조치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언론자유 분야에서 미얀마는 지난해 196개국 중 195위였다. 북한에 이어 끝에서 두 번째다. 주요 기사를 게재하기 전 검열기관의 승인을 받고, 기자들이 구금되기도 다반사다.

미얀마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 동남아에서 부유한 국가 중 하나였다. 양원제와 다당제를 축으로 한 민주체제도 도입했다. 하지만 1962년 군사쿠데타 이후 군사정권하에서 폐쇄와 통제체제가 이어지면서 인권과 언론자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경제 수준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50위권(2009년 기준)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0년 만에 총선이 이뤄지고 올 2월 첫 민선 대통령이 선출돼 3월 취임한 테인 세인 대통령 정부가 들어선 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세인 대통령은 40여년을 군 장교로 근무했고 군사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낸 인물이다. 미얀마 안팎에서는 세인 정부가 들어선 후 내놓고 있는 개혁 조치에 대해 섣부른 낙관은 삼가면서도 계속되는 변화의 바람에 주목하고 있다. 세인 대통령은 8월 처음으로 수치 여사와 1시간가량 면담했다. 의회는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협상을 담당할 평화위원회를 설치했다.

정부기구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되고 군사정권하에서 민주화 투쟁을 벌였던 정치범 300여 명도 석방됐다. 49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 설립도 허용됐다. 특히 지난달 30일 유일한 우방 중국의 반대에도 중국과 공동으로 진행하던 수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한 것은 댐 지역 소수민족과 국내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군사정권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세인 정부의 잇단 변신의 동기는 뚜렷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그가 올 2월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무늬만 민선’이 아니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랜 기간의 민주화 노력이 차츰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988년 8월의 ‘8888’ 민주화 시위 그리고 2007년 샤프론(연홍)색 옷을 입은 승려들도 참가해 ‘샤프론 혁명’으로도 불리는 민주화 운동 등이 꾸준히 이어졌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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