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자유의 몸” 활짝 웃는 녹스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미국인 여대생 어맨다 녹스 씨가 4일 이탈리아 로마 인근 공항에서 출국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큰 사진). 2007년 살해된 메레디스 커처 씨의 고국인 영국 언론들은 이날 무죄 판결을 받고 울음을 터뜨리는 녹스의 모습을 1면에 게재했다. 데일리메일은 ‘울고 있는 여우가 풀려나서 돈을 벌게 됐다’는 자극적 제목을 달았다(작은 사진). 피우미치노 런던=로이터 AP 연합뉴스
그룹섹스 요청을 거부한 룸메이트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2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미국인 여대생 어맨다 녹스 씨(24)가 3일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극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녹스는 판결 2시간 만에 교도소를 떠났으며 4일 아침 곧바로 가족과 함께 여객기를 타고 영국 런던을 경유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탈리아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지만 녹스가 이탈리아에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고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바뀐 결정적 이유는 재조사를 벌인 외부 전문가들이 “경찰이 사건 발생 40여 일 만에야 증거물에서 DNA를 채취했기 때문에 샘플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판결이 뒤집히면서 이번 살인은 일단 코트디부아르 출신 마약거래상 헤르만 궤드 씨(25)의 단독범행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재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궤드는 앞선 재판에서 녹스와 그의 남자친구인 라파엘레 솔레치토 씨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솔레치토도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녹스는 페루자에서 유학 중이던 2007년 11월 룸메이트인 영국인 메레디스 커처(살해 당시 22세)에게 자신의 이탈리아 남자친구인 솔레치토 및 궤드와 함께 그룹섹스 게임을 할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아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녹스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살인사건을 둘러싼 각종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 앞으로 ‘O J 심슨 사건’과 비교되며 계속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녹스가 진범일 가능성이 높은 정황 증거를 상당수 제출했다. 검찰은 녹스를 푸른 눈을 가진 천사 같은 외모와는 달리 파티에서 마약을 즐기고 난잡한 성생활을 한 ‘악마적 영혼’을 가진 여성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녹스의 가족은 그가 정이 많고 활동적일 뿐 아니라 희생자와도 친하게 지냈다면서 미디어가 이미지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해외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으로 법적 절차와 정의가 훼손됐다는 불만 가득한 여론과 사법당국의 실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고 대중의 시선을 끌수록 혜택을 보는 것은 녹스 측이다. 미모의 여성이 얽힌 미스터리 섹스 살인사건은 상업주의적인 대중 산업계가 군침을 흘릴 만한 주제이기 때문.
벌써 녹스에게 저술과 출연 계약이 몰려들고 있어 그가 돈방석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방송사 3곳은 최초 인터뷰를 대가로 녹스에게 100만 달러(약 11억9300만 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단독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방송사의 간판 앵커들까지 접촉을 시도할 정도라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출판사들도 자서전 출판권을 따내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녹스는 홍보대행업체까지 두고 자신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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