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공무원 “아, 옛날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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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구 20%차지… 해고 못해
올 3만명 줄이고 임금 20% 삭감

“좋은 시절은 다 갔다.”

경제위기로 세계 각국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그리스에서 공공부문 종사자는 전체 노동인구 420만 명 가운데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해고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리스 공무원의 ‘좋은 시절’도 100년 만에 막을 내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그리스 공무원은 1911년 개헌을 통해 평생직장을 보장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이 수많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넣는 바람에 쫓겨난 공무원들이 오랫동안 투쟁한 결과였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이라는 좋은 뜻에서 시작된 개헌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공무원은 안전한 피난처가 됐고 팽창을 거듭해왔다.

특히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사회당 정권은 공공부문을 대폭 키우고 복지 혜택을 확대했다. 해안경비대 직원 바실리스 씨는 “내가 공무원이 된 1989년에는 사람들은 올리브유나 양고기·생선 통조림 한 통만 건네주면 나라에서 일자리를 얻었다”며 부패했던 과거를 회고한 뒤 “우리는 이제 하룻밤 새 모든 것을 잃고 있다”고 한탄했다.

파판드레우 전 총리의 장남인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현 총리는 그리스를 구해내기 위해 올해 말까지 공무원 3만 명을 정리해고하는 등 2015년까지 공공부문 인원 15만 명을 감축해야 한다. 또 정부 기관 수십 개를 폐지하고 공무원 임금 체계를 개편해 평균 임금을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헌법으로 금지된 공무원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기 위해 합법적인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해고 대상자들의 소송 사태로 정부가 정리해고를 통해 절약한 예산보다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조합원 250만 명을 거느린 공공·민간부문 노조는 이달 두 차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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