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자본주의 심장부 때린 ‘월가 점령하라’ 함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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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세계 자본주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맨해튼 월가에서 자본주의 논리에 대항해 집단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젊은이들이 내건 슬로건이다.

이달 중순부터 로우 맨해튼에서 연일 게릴라성 집회를 벌여온 시위대 수백 명은 24일 저녁 유니언스퀘어를 향해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정면충돌해 80여 명이 불법 시위 혐의로 연행됐다. 경찰은 그물과 페퍼 스프레이, 수갑 등 각종 시위진압장비를 동원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의 대변인인 패트릭 브루너 씨는 25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월가의 금융거래를 방해하려고 시위에 나선 것이 아니다. 부와 권력이 잘못 사용되고 있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대화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대가 든 피켓 중에는 ‘기업을 사람 취급하는 걸 그만두라(End Corporate personhood)’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1일 공화당 대선주자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아이오와 주 연설에서 “기업은 사람이고 나의 친구다”라며 부자 증세 주장을 일축한 것에 항의한 것이다. 당시 롬니 후보는 부자 증세에 대한 반대논리로 기업의 수익이 모두 국민에게 흘러들어간다는 의미로 이렇게 밝혔다.

실제 시위대의 요구 사항 중에는 최근 미국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해소하라는 내용이 많다. 시위참여자인 사회운동가 프라이아 레디 씨는 “이번 시위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느끼는 젊은층의 움직임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부유층만이 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년째 지속되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폭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위는 26일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은행권의 구제금융 반대에서부터 사형집행 반대, 이라크 파병반대 등 워낙 광범위해 시위대 지지자들 중에서도 메시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주장이 중구난방식이어서 이번 시위가 장기화되기보다는 사회 불만을 토로하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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