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후텐마, 이젠 행동으로 보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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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리들 거듭된 ‘식언’에 노다와 첫 정상회담서 ‘쐐기’

취임 후 첫 해외방문에 나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 방 먹었다. 양국 최대 현안인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다.

노다 총리는 후텐마와 관련해 “미일 합의에 기초해 오키나와의 부담을 줄여 가면서 주민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으로선 결과를 보고 싶다. 구체적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응수했다고 NHK방송이 전했다. 후텐마 이전 약속을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회담 후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양국은 결과를 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 대통령이 이 점을 매우 명확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얼굴을 마주한 노다 총리를 이처럼 압박한 것은 일본 역대 총리들의 거듭된 식언 때문이다. 미일 양국은 오키나와 현 남부 기노완(宜野灣) 시의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는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현 북부 나고(名護) 시의 해안가로 이전하기로 1996년 합의했다. 주민에 대한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자민당 정권은 오키나와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같은 현 내로 옮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는 바람에 이전 작업에 손도 대지 못했다. 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후텐마를 국외로, 적어도 현 밖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지만 집권 후 검토 결과 당초 미일 합의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미국과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 사이에 끼인 일본 정부는 15년째 “미일 합의도 존중하고 오키나와 주민의 이해도 얻는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는 말만 거듭해 왔다.

민주당 정권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또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고 있다. 이번에 노다 총리가 또 같은 말을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받아친 것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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