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한탕 투자’ UBS도 못 막았다면…

  • 동아일보

손실 메우려 파생상품 손대… 20억달러 날린 사건에 충격
금융사 리스크 관리에 회의

한 금융사 트레이더의 무리한 투자가 세계 금융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영국 경찰은 스위스 최대은행 UBS의 트레이더로 일하던 퀘쿠 아도볼리 씨(31)를 15일 체포해 회사에 20억 달러라는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한 사건으로 UBS의 올 3분기 순이익은 모두 날아가 UBS의 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후유증으로 정부의 구제금융까지 받았던 UBS는 재무건전성 악화는 물론이고 신용등급마저 강등될 처지에 놓였다. 이를 계기로 금융사에 대한 규제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아도볼리 씨는 런던에서 탄탄대로의 경력을 쌓아가던 잘나가는 금융인이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영국에서 한 해 학비가 2만 파운드(3500만 원)가량 되는 비싼 기숙학교를 거쳐 명문 노팅엄대를 졸업했다. 2006년 UBS에 수습 투자 상담원으로 입사한 그는 내부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최근엔 30만 파운드(약 5억25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주변 사람들은 “그는 매우 성실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풍족한 삶은 잘못된 투자 한 번에 송두리째 날아갈 운명에 놓였다. UBS는 14일 밤 회사의 트레이딩 계정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다음 날인 15일 오전 3시 반경 아도볼리 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체포됐다. 15일 오전 UBS는 “한 트레이더의 허가받지 않은 임의매매로 2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는 짧은 성명을 발표했고 이날 UBS의 주가는 11% 폭락했다. 무디스는 “이 회사의 위험관리에 대한 취약점이 드러났다”며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도볼리 씨가 정확히 어떤 투자를 해 이 같은 막대한 손실을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지난주 페이스북에 “나에게 기적이 필요하다”고 써놓은 것으로 미뤄볼 때, 최근 투자에서 잇달아 실패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위험 파생상품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 더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각국의 주가와 환율이 크게 출렁이고 있었다.

세계 금융계는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충격과 의문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저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트레이더마다 최대 투자 및 손실한도를 정해놓고 이를 넘어서면 상부나 리스크관리 부서에 자동으로 보고가 되는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경찰은 아도볼리 씨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깨기 위해 고의로 범법행위를 저질렀는지, 다른 동료들과 공모를 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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