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외국인은 카다피 용병”… 리비아 반군 마구잡이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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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동자 상당수가 무아마르 카다피의 용병으로 오인받아 반카다피군에 잡혀가거나 리비아인들에게서 보복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는 리비아인의 적대감에 일자리를 잃거나 오갈 데 없는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흑인들이 반카다피 세력으로 추정되는 괴한에게 다수 살해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 때문에 요즘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시내에선 흑인들을 거의 볼 수 없다. 상당수 흑인은 내전 중 이미 리비아를 탈출했고, 남아 있던 흑인 중 많은 수는 반군이 트리폴리를 함락한 후 체포돼 감방에 끌려갔다. 체포를 피한 흑인들은 집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카다피는 내전이 일어나자 차드 니제르 수단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용병들에게 하루 수십∼수백만 원의 일당을 주고 반군과 싸우도록 했다. 내전 당시 반군과 시민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했던 용병들은 반군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지금 ‘공공의 적’으로 찍혔다.

그런데 용병과 무관한 외국인 흑인 노동자들까지도 용병으로 오인돼 위협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반군들이 수백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구금하고 있다”며 “많은 트리폴리 시민은 ‘아프리카 출신 하층 노동자’를 곧 ‘외국인 용병’과 같은 말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나 출신 교사인 토니 비니 씨는 “2주 동안 집에서 숨어 지냈다”며 “지금 모든 흑인이 보복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반군에 체포된 외국인들이 불결하고 악취가 나는 교도소로 이송돼 리비아인들보다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피터 부케르트 연구원은 “구금된 흑인은 대부분 군인도 아니고 평생 총을 잡아본 적이 없음이 분명하다”며 “이는 리비아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를 반영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전 전만 해도 리비아에는 전체 인구 600만 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5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었다.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출신인 이들 노동자는 건설 및 정유, 의료시설 등에서 자국에서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해 왔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6개월에 걸친 내전 도중 리비아를 탈출해 현재 리비아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계 노동자들은 10만 명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리비아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리비아의 새 집권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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