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신형 F16 대만 판매 총대 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中 반발… 대선 영향 걱정… 오바마 계속 결정 미뤄

미국이 대만을 상대로 한 F-16 신형 전투기(사진) 판매가 진통을 겪고 있다. 대만에 판매하려고 하면 중국이 반발하고 팔지 않자니 미국 의회와 대만의 불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소속 존 코닌 상원의원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하더라도 의회 차원에서 대만에 대한 F-16C와 F-16D 전투기의 판매를 승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닌 의원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10월 1일까지 대만에 전투기를 팔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판매를 포기하면 의회가 늦어도 11월 중 대만무기판매법 수정안을 의결해 전투기 판매를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상원은 올해 6월 전체 의원의 약 절반인 45명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F-16C·D 전투기 66대를 대만에 판매할 것을 촉구한바 있다. 따라서 수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입법부와의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의회가 전투기 판매와 관련해 총대를 메는 게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오히려 중국에 ‘의회 탓’을 할 수 있어 부담감을 줄이고 면죄부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2007년 대만의 요구로 전투기 판매를 검토했을 때만해도 긍정적이었지만 이후 중국의 반발 때문에 결정을 미뤄왔다. 전투기 판매 문제가 오락가락하는 건 중국의 눈치를 보는 측면도 있지만 이 같은 내부적인 정치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대만은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내년 재선 도전을 선언한 만큼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 2008년 취임 이후 중국과의 교류 강화로 안보가 소홀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 총통으로서는 미국의 전투기 구입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어 여러 경로를 통해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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