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발생 초기 우유부단하고 나사 풀린 대응으로 폭동사태 악화를 초래한 영국 정부가 뒤늦게 초강경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조치는 인권 침해 소지가 커 논란이 일고 있다. 폭동 초기 방관하는 듯한 자세로 비판받던 공권력이 널뛰듯 강경태도로 돌변함에 따라 공권력 집행의 일관성과 신뢰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런던 남부의 원즈워스 지방의회는 약탈행위로 기소된 대니얼 사틴클라크 군(18)의 가족에게 공공 임대주택에서 나갈 것을 14일 명령했다. 이번 퇴거 조치는 폭도에게 복지혜택을 끊겠다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임대주택 거주자는 타인의 세금으로 싼값에 집을 얻은 만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공동체에서 약탈을 일삼는 사람에게 너무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사틴클라크 군은 8일 밤 런던 남부 클래펌 교차로의 가전제품 매장에서 상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가족이 사는 곳은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는 침실 2개가 딸린 임대아파트로 계약 조건에는 범죄에 연루된 임차인은 퇴거당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사틴클라크 군의 모친 드라 칼바 씨(43)는 “나와 여덟 살 된 딸은 아들의 행동에 책임이 없고 갈 곳도 없다”고 반발했다. 연립정부에 참여 중인 자민당의 사이먼 휴 부당수도 14일 옵서버 기고문에서 “정치권이 충동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며 임대주택 퇴거조치를 비판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은 폭동에 연루된 지방에서 비슷한 퇴거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갱들에게 지옥을 만들겠다”는 캐머런 총리의 지시로 폭력 퇴치 방안을 마련 중인 태스크포스(TF)가 공조직을 총동원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이언 덩컨스미스 전 보수당수가 이끄는 TF는 갱 두목에 대해 야간외출 금지, 경찰의 일일 자택 체크는 물론 경미한 법규 위반 조사까지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운전면허 갱신 기간 위반이나 주차벌금 납부까지 살펴 문제가 있으면 무조건 법정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갱들에게 극기 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검토 방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폭동 사태 초기 약탈행위를 지켜만 보는 미온대응으로 비난을 샀던 공권력이 갑자기 인권침해 논란을 부를 만큼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것에 대해 비난이 많다. 긴급할 경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캐머런 총리의 구상은 반정부 시위를 막으려고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끊었던 아프리카 중동의 독재자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13일 성명에서 “영국 정부의 블랙베리 사용자의 정보 활용이 질서 회복 기여보다 불필요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가 미국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의 경찰책임자 시절 폭력범죄에 대한 강경대처로 ‘슈퍼캅’으로 불렸으며 현재는 보안컨설팅 업체 대표인 빌 브래턴 씨에게 영국경찰 자문역을 맡긴 것에 대해 “미국의 경찰 업무 방식과 폭력의 수준을 보면 영국과 현저하게 다르다”(휴 오더 경찰서장협회장)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에선 영국 경찰이 폭동 초기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을 두고 루퍼트 머독 소유였던 뉴스오브더월드(NoW)의 도청 스캔들 연루로 경찰 수뇌부가 사퇴한 데 따른 조직의 기강 해이와 혼선을 지적한다. 많은 경찰이 휴가 중이었던 것도 무기력한 대응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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